[정부,이례적 換市개입] '환율급등→물가 쓰나미' 차단 긴급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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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억달러로 추정되는 외환보유액을 18일 외환시장에 긴급 투입한 것은 원화 환율 급등으로 인한 물가불안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보다 물가불안이 우리 경제를 더 위협하는 요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상승 속도'를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침체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환율이 올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일단 물가안정에 주력
정부는 당분간 '물가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급등이 장기적으로 수출을 늘려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물가급등의 부작용이 훨씬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가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 3.6% 상승(전년 동월비)하는 등 한은의 관리목표치(2.5~3.5%)를 벗어났고 수입물가도 20% 이상 급등했다.
원자재.중간재 물가도 큰 폭으로 올라 소비자물가에 조만간 전가될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다 시중의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각종 개인서비스 요금이 오르고 부품업체.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 인상 요구가 봇물 터지듯 쇄도하고 있다.
반면 실물경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불안감이 크지만 아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중 수출은 전년 동월비 20% 이상 늘어났고 산업생산과 서비스활동도 나쁘지 않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둔화되고 재고물량이 늘어나고 있으나 큰 흐름으로 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경기는 아직까지 노란불인 반면 물가는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일단 환율 급등에 브레이크를 걸어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환율 급락은 없을 듯
하지만 정부는 이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금융시장대책회의에서 '환율상승 속도'와 '시장 불안'을 언급했을 뿐이다.
최근의 원화환율 상승이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등의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원화 환율의 수준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며 "다만 환율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경제 주체들이 매우 힘들어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준에서 미세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를 확실하게 안정시키기보다는 적정수위를 벗어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방어적 수준에서 대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환율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적인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이 투기적 수요에서 유발된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경우 환율이 다소 높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정부의 시장개입은 적절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여러 가지 수급 요인을 감안할 때 당분간 환율은 달러당 10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