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50개 확실히 챙겨라" … MB式 물가관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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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활 안정필요" vs "시장경제와 모순"
'생필품 물가 과연 잡을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서민생활과 직결된 50개 생필품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때인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물가를 잡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것이냐"는 지적에서부터 "물가를 과연 어떤 수단을 통해 잡겠다는 것이냐"는 실질적인 질문까지 논의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 적절한가
이 대통령의 물가관리 발언은 최근 업무보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농협 하나로마트 방문시 "기름값이 올라 물가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서민들이 쓰는 용품값은 내려가게 노력해라"라고 공개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때는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50개 품목은 수급관리를 통해 가격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수치를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학에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소비를 줄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 전과 같은 소비를 계속하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자원 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새 정부가 시장개입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서는 서민들이 평상시 이용하는 쌀이나 채소 계란 같은 생필품 가격을 챙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가격통제가 아니라 수급조절을 통해 서민물가를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억측과 반론이 제기돼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어떤 수단 있나
대체적인 분위기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이상 급등이라는 외생변수 때문에 시장실패(가격폭등)가 발생한 만큼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필요하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식품 등 생필품의 경우는 기름과 달리 가격을 관리하더라도 시장이 왜곡되는 면이 적다"며 "국제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투기 등으로 이상급등하는 만큼 정부의 관리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가격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정부는 우선 서민생활과 직결된 50개 품목을 골라 서민생활지수를 따로 만들고,식료품의 유통구조 개선과 수급조절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 때 "(산지에서) 900원짜리 배추 한 포기가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3000원,5000원이나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배추를 먹게 하지 말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농림부는 전국 시ㆍ군별로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유통회사를 100개가량 만들어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계시키기로 했다.
수급조절과 관련해서는 가격 상승을 틈탄 매점매석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과 수입확대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상공의날 기념행사에서도 "(물가관리를 한다 해서) 기업들이 가격을 내리라는 게 아니고 물량수급을 통해 하겠다"며 "야채가격이 오르면 야채 공급량을 확대하는 식이다"라고 구체적으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물가 급등폭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환율 안정과 함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겨낼 만한 내성을 기르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차기현 기자 notwoman@hankyung.com
'생필품 물가 과연 잡을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서민생활과 직결된 50개 생필품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때인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물가를 잡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것이냐"는 지적에서부터 "물가를 과연 어떤 수단을 통해 잡겠다는 것이냐"는 실질적인 질문까지 논의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 적절한가
이 대통령의 물가관리 발언은 최근 업무보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농협 하나로마트 방문시 "기름값이 올라 물가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서민들이 쓰는 용품값은 내려가게 노력해라"라고 공개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때는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50개 품목은 수급관리를 통해 가격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수치를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학에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소비를 줄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 전과 같은 소비를 계속하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자원 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새 정부가 시장개입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서는 서민들이 평상시 이용하는 쌀이나 채소 계란 같은 생필품 가격을 챙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가격통제가 아니라 수급조절을 통해 서민물가를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억측과 반론이 제기돼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어떤 수단 있나
대체적인 분위기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이상 급등이라는 외생변수 때문에 시장실패(가격폭등)가 발생한 만큼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필요하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식품 등 생필품의 경우는 기름과 달리 가격을 관리하더라도 시장이 왜곡되는 면이 적다"며 "국제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투기 등으로 이상급등하는 만큼 정부의 관리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가격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정부는 우선 서민생활과 직결된 50개 품목을 골라 서민생활지수를 따로 만들고,식료품의 유통구조 개선과 수급조절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 때 "(산지에서) 900원짜리 배추 한 포기가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3000원,5000원이나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배추를 먹게 하지 말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농림부는 전국 시ㆍ군별로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유통회사를 100개가량 만들어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계시키기로 했다.
수급조절과 관련해서는 가격 상승을 틈탄 매점매석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과 수입확대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상공의날 기념행사에서도 "(물가관리를 한다 해서) 기업들이 가격을 내리라는 게 아니고 물량수급을 통해 하겠다"며 "야채가격이 오르면 야채 공급량을 확대하는 식이다"라고 구체적으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물가 급등폭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환율 안정과 함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겨낼 만한 내성을 기르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차기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