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경제 4단체장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공인의 날' 기념식이 열린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매출과 일자리를 늘린 기업인들이 훈장을 받을 때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를 이겨낸 저력으로 자신감을 갖고 뭉치자"며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얼굴 한켠에는 근심의 기색이 역력했다.

한 기업인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모토로 내 건 새 정부가 기업을 위해 법적.제도적 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이라고 해도 국제 금융시장 불안,원자재값 폭등,원화가치 하락과 같은 해외발 악재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원자재 쇼크와 이로 인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갈등은 산업계의 내홍(內訌)으로 비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상공인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있던 바로 그 순간,전국 레미콘사업자들은 건설업체들의 레미콘가격 현실화를 요구하며 생산을 멈췄다.

판교 신도시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건설현장이 올스톱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또다른 중소사업자들의 단체인 주물협동조합도 대기업들이 주물 납품가격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 무기한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상공인의 날' 행사 직전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따로 만나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을 긴급히 논의한 것도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두 경제단체 수장들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은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과 '대기업이 납품가를 올려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산업계 내홍은 해외발 악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부도 대응책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절충안을 내놓는 것 외에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송형석 산업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