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물리학 이론을 뒤집는 물질과 반물질(反物質:물질과 합해지면 에너지를 발산하고 소멸하는 미립자)의 비대칭성에 대한 새로운 단서가 한국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공동 연구그룹에 의해 발견됐다.

19일 다국적 연구 공동체인 벨실험그룹(Belle Collaboration)은 전하를 띤 B-중간자와 B+ 중간자의 CP 비대칭성과 전하를 띠지 않은 중성 B중간자와 반B중간자의 CP 비대칭성 정도가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은 네이처 20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빅뱅(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 이후 우주가 만들어지면서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이 생겼는데 이 둘은 서로 만나면 상호작용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주는 물질로만 이뤄져 있는데 물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2000년 벨실험그룹은 일본 KEK 연구소의 가속기를 이용해 B중간자와 반물질인 반B중간자를 만들어내고 각각의 붕괴를 연구,물질과 반물질의 붕괴 속도가 달라 CP 대칭성이 깨져 있음을 밝혔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입자물리학의 기존 모델에 따르면 전하를 띠든 띠지 않든 중간자와 반중간자 사이의 CP대칭성이 깨지는 정도는 같아야 하나 실제로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번 이론은 2004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번 실험의 통계적 신뢰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김선기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물리학 법칙을 뛰어넘는 법칙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