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시선은 지금 리먼 브러더스에 쏠려 있다.

베어스턴스가 끝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헐값에 JP모건체이스에 팔린 후 다음 번 타자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리먼 브러더스다.

리먼 브러더스는 베어스턴스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연계 채권에 투자를 많이 한 대표적인 투자은행이다.

리먼 브러더스가 내놓은 올 1분기 실적(작년 12월~올 2월)은 일단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리먼 브러더스는 18일(현지시간) 1분기 순이익이 18억달러 자산 상각으로 인해 4억8900만달러(주당 0.81달러)로 전년 동기 11억5000만달러(주당 1.96달러)보다 5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2003년 이후 최악이지만 주당 0.72달러까지 후퇴할 것이라는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는 높은 기록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실적 발표가 전해지자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장 초반 30% 이상 반등했다.

연이틀 15%와 19% 하락한 주가를 회복한 셈이다.

이에 앞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전날 리먼 브러더스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지만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또 UBS는 리먼 브러더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라이언 렌텔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들은 고객들과 막대한 규모의 재매입 계약을 맺고 있어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자금 인출로 인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리처드 풀드 리먼 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며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풀드 CEO는 "FR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일련의 조치로 유동성 상황이 나아졌으며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주말 리먼 브러더스는 베어스턴스에 대한 FRB의 긴급자금 지원 결정이 내려진 직후 40개 은행으로부터 3년 만기의 20억달러 신용공여 한도(크레디트 라인)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리먼 브러더스는 "이번 자금조달 성공은 리먼 브러더스와 시장 및 주요 은행 간 관계가 강하다는 신호"라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골드만삭스도 자산 상각과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수입 감소로 이번 1분기 순이익이 15억1000만달러(주당 3.23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53%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인 주당 2.59달러보다는 양호한 실적이었다.

리먼 브러더스와 골드만삭스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려 이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장 초반 2%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