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은 지난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중동에서 플랜트공사를 따냄으로써 '해외진출 원년'이란 이정표를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억8000만달러짜리 발전 플랜트를 수주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가 따낸 전체 해외수주액(398억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이런데도 김현중 사장(58)의 감회는 새로웠다.

오는 2011년부터는 회사 매출의 40%를 해외건설로 채우겠다는 장기비전 실현에 신호탄을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5층 한화건설 사장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올해 건설.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대체적인 전망에도 수주목표를 오히려 작년보다 높여 잡았다"며 "수주는 4000억원 늘어난 3조8000억원,매출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2조원대를 넘긴 2조1000억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걸음씩 나아가면 현재 14위인 시공능력 평가순위도 2010년쯤엔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 취임 이후 한화건설 수주는 3배,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

2002년 6188억원이었던 매출이 작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분양시장의 칼바람 속에서도 인천 한화 '꿈에그린 에코메트로' 아파트 4226가구를 단숨에 팔아버려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김 사장도 현재의 국내 주택시장을 밝게 보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작년에 아파트 7000가구를 공급했지만 올해는 3000가구 정도로 줄여 잡았다"며 "주택부문의 매출.수주 부족을 해외에서 메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의 3대 경영 키워드를 해외사업 확대와 신성장 동력 발굴,그리고 글로벌 경영 인프라 구축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한화건설도 다른 건설회사처럼 해외사업에 적극적이다.

2011년까지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도 무작정 뛰어들 생각은 없다.

김 사장의 원칙은 '할 수 있는 부문만 진출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해도 해외시장에서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요.

무조건 나가서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겠습니까? 철저하게 에너지와 화학공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대우건설 해외개발사업본부장까지 지내 해외사업에서 잔뼈가 굵었는데도 김 사장은 "매출을 늘리겠다는 욕심만으로 모르는 분야에 뛰어들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화건설이 수주한 2건의 해외사업은 모두 에너지와 화학공업 관련 사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따낸 2억8000만달러 규모의 발전.담수 플랜트나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수주한 2억2000만달러짜리 에틸렌 아민 플랜트 공사다.

사우디에서는 5억4000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수주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는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또는 두바이에 지사를 설립,진출국 다변화에 나선다.

미국 시카고와 맨해튼 등에서 시도했던 부동산개발사업을 플로리다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는 대형 공모형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에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해 파주 운정신도시 복합단지사업 수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물론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대운하사업에는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대형 건설사 위주로 일이 진행되는 게 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사장은 "대운하는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고 물류의 다양한 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며 "주변을 개발하고 토지이용도를 높이면 수익성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뚝섬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 포레'에 대한 애정도 컸다.

김 사장은 "명품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그룹 계열사 백화점 이름인 '갤러리아'를 따왔다"며 "분양을 잘해도 이익을 많이 내기 어렵지만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욕심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