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리라 하면 흔히 돈이나 황금만능주의를 떠올린다.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해 인간애를 포함한 다른 어떠한 가치도 희생할 수 있다는 식의 도그마와 동일시된다.

가령 교육 단체가 여론몰이에 가장 성공하는 방법인, 즉 '교육을 경제논리로 풀려는 무지의 소치' 운운 몇 마디이다.

교육 대신 환경,노동,여성,복지 어느 것을 끼워 넣어도 여전히 통한다.

하지만 오해다.

경제논리의 핵심은 이것이다.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고 목표가 아무리 뚜렷하더라도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경우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원래 의도나 목표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본래 목적은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서 갖은 부작용과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하는 법과 규제가 현실에서 드물지 않은 이유이다.

대략 100여개 법률의 규제를 받고 있는 토지이용 규제가 대표적이다.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과 자작농주의에 근거해 농지소유 자격과 상한,농업진흥지역 지정,농지전용 제한 등 농지규제가 특히 문제다.

농업의 상대적 중요성이 줄고 농가인구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기인한 휴경농지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대농화와 기계화를 통한 농업구조조정은 필수지만 농지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농지의 양적 보존에만 급급한 나머지 농업생산성 저하와 토지이용의 효율성 저해라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최근 국제 농산물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일부 단체들은 그것 보라는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농지규제 완화가 아니라 농지 확대를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농지규모가 아니라 단위 면적당 농산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에 있다.

농업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농이 실현되면 생산성 제고는 물론 종자,비료 관련 업체의 연구기술개발을 촉진해 생장발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도 듀폰,신젠타,애그리움에 버금가는 세계적 농바이오 기업을 갖게 된다면 천문학적 종자 비용을 해외에 지불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꿩 먹고 알 먹고'이다.

식량안보는 실체가 모호하다.

국내 쌀 가격은 국제가격의 5배나 된다.

곡물 메이저들이 카르텔을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유독 우리나라만 대상으로 그 정도까지 가격을 높일지 의문이다.

더구나 곡물은 석유,원자재처럼 수시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므로 곡물 카르텔의 지렛대는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

농업구조조정에 대해 곡물가격이 오를 때를 대비해 평시에도 농지규모를 유지하자는 발상은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거시적 위험 분산에 배치된다.

최근 국제곡물가 상승 추세는 신흥국의 경제성장,육식 확대에 따른 사료용 수요 증가,바이오 연료 사용 증가,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있음은 분명하나 단기적 성격이 더 강하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금리인하가 단행되고 그로 인해 풀린 잉여자금이 곡물뿐 아니라 석유,원자재,금 가격을 올려놓았다.

거기에 투기자본까지 가세해 원자재와 곡물가의 변동성은 도를 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물시장을 활용한 수입국 다변화,국내 유휴지 곡물 재배 유도,해외농업개발 투자 확대 등 맞춤형 농업정책이 정답이다.

더구나 자급률 100%를 유지하고 있는 쌀을 더 심자는 얘기라면 시장수급 법칙에도 어긋난다.

농지규제 완화는 오히려 농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가격의 5배에 달하는 국내 곡물가격 왜곡을 통하지 않고도 농민들의 재산과 소득 증대 기회를 실질적으로 늘려주는 일거양득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