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누리던 '차이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과 글로벌 증시의 약세 전환,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성장세 둔화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세계 최대 기업 간(B2B)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주가는 18일 홍콩 증시에서 12.20홍콩달러까지 밀렸다.

작년 11월 기업공개(IPO) 당시 발행가(13.50홍콩달러)보다 9.6% 낮은 것이다.

이날 알리바바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340% 급증한 9억6780만위안(약 1258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주가는 속절없이 내려갔다.

알리바바는 상장 첫날 주가가 단숨에 발행가의 두 배로 뛰며 주목받았었다.

알리바바처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발행가를 밑돌거나 발행가 수준에 근접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대한 시장을 가진 데 따른 '차이나 프리미엄'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증시 가운데 중국 기업이 가장 많이 몰린 홍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2006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은행은 주가가 18일 장중 2.91홍콩달러까지 밀리면서 발행가를 밑돌았다.

홍콩 문회보는 중신은행 건설은행에 이어 중국의 3대 은행 주가가 발행가를 밑도는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중신은행의 경우 발행가보다 40% 하락한 상태다.

게다가 전망도 좋지 않다.

도이치은행은 최근 건설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의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각각 23%,17%,26% 낮췄다.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가장 많이 투자한 중국은행은 오는 26일 지난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손실이 예상보다 클 경우 추가 하락도 우려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인포캐스트에 따르면 2006년 초 이후 홍콩 증시에 상장한 85개사 중 81%인 69개사 주가가 이미 발행가를 밑돌고 있다.

특히 작년 초 이후 상장한 30개사 가운데선 철도 업체인 중국중철 등 겨우 3개사만 발행가를 웃돌고 있다.

푸싱국제(부동산.철강)와 중와이윈항운(해운)은 발행가보다 52% 이상 하락했다.

'중국 기업 IPO 투자=대박'이라는 등식도 이제 옛 얘기가 된 셈이다.

특히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첨단주들이 약세다.

경제 사이트인 차이왕은 홍콩 미국 등 해외에 상장한 40여개 중국 첨단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발행가를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일간지인 베이징칭녠바오는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중하이지윈과 베이징은행의 주가가 발행가보다 각각 2%와 8%를 웃도는 수준이어서 상하이 증시 조정이 이어질 경우 조만간 발행가를 밑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가총액 기준 중국 내 최대 기업인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는 아직 발행가보다 35% 높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지만 상장 첫날에 비해 이미 반토막난 상태다.

이에 따라 IPO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중국 기업들도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 들어서만 16개 중국 기업이 일본 이외 아시아 증시에서 IPO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좋아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날까지 작년 실적을 내놓은 345개 상장사의 평균 주당순이익(EPS)은 0.5344위안으로 전년보다 34.36% 증가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755개 상장사 중 618개가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