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반항하고,짜증내고,한낮이 지나도록 잠을 잔다.

이해하기 힘든 생각과 충동적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한다.

감수성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삼키곤 한다.

사춘기(思春期)의 아이들이 겪는 현상이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하는 뜬금없는 고민에 빠져드는 것도 사춘기다.

자의식과 함께 외모에 지나친 관심을 가진 나머지,열등감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쯤 되면 부모들이 더 당황한다.

자신의 인생을 자녀들에게 걸고 살기에,좌충우돌하는 행동과 정서를 좀체 이해하지 못해서다.

강압적으로 몰아세우고 야단친다.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날 게 뻔하다.

이제는 이러한 충돌을 애써 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사춘기에 들어선 10대 자녀와 부모 사이에 말다툼이 잦을수록 더 끈끈한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춘기 발달단계 전문가인 타비사 홈스의 연구인데,그는 '하루 한 번 이상 싸우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이유는 이렇다.

다투게 되면 아이들이 훨씬 더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데,이 과정에서 그들은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고 한다.

부모들이 이를 잘 간파하면 자녀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져 그 간격이 좁혀진다는 설명이다.

합리적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조용한 토론이나 논쟁보다는 열띤 언쟁일수록 부모와 자식간의 친밀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자녀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사춘기의 다양한 감정과 행동에 대한 연구는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첨단 뇌과학의 연구에서는 사춘기의 여러 특징들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전두엽을 지목했다.

전두엽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춘기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어느 봄날의 질풍노도로 치부되곤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와 충돌하게 마련인데,서로가 감정의 찌꺼기가 없는 미운 정이 든다니 한시름을 놓아도 좋을 성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