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노래방 새우깡 쥐머리 검출 사건은 해당 업체뿐 아니라 국내 식품업계의 낙후된 품질관리 실태와 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우선 당사자인 농심의 지난 한 달간 대처 방식을 보면 소비자들로부터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17일 저녁 식약청의 발표가 있기 한 달 전 농심은 소비자의 항의를 접수했다.

하지만 농심은 이를 흔히 있는 일쯤으로 여기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분검사를 빌미로 이물질을 조사하다 폐기하기까지 했다.

농심이 노래방 새우깡을 수거해 폐기하겠다는 발표도 문제가 많다.

농심은 문제의 제품을 "전량 수거해 폐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월29일부터 2월1일까지 나흘간 생산량 2만5719박스(5억원어치)만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시중에는 이보다 최소 5배 이상 물량이 유통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문제가 된 노래방 새우깡의 생산.유통 물량을 모두 수거할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로선 허탈한 일이다.

농심은 쥐머리가 들어간 것을 단순 실수쯤으로 여긴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이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식품업계에선 공장을 떠난 제품이 어디에서 얼마나 판매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심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악덕 소비자들이 고의로 제품에 이물질을 넣은 뒤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기업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설사 그렇더라도 남녀노소가 37년간 즐겨온 '국민 스낵'이 일순간 신뢰를 잃은 사태를 돌이킬 순 없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가공식품 관련 안전위생 고발 상담건은 농심이 58건으로 가장 많았다.

남양유업(50건) 매일유업(43건) 오리온(33건) 해태제과(25건) 등의 순이다.

벌레 곰팡이 쇳조각 비닐 등 온갖 이물질이 이들 업체 제품에서 검출됐다는 것이다.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 가운데 노래방 새우깡 같은 사례가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새우깡은 이제 기로에 섰다.

의혹을 털고 다시 사랑받을까,불신을 키워 진짜 외면당할까.

농심의 사태 수습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유재혁 생활경제부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