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시 구산면 수정리의 야산 자락에 있는 '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수녀원'.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평생 바깥 출입을 삼가는 완전봉쇄수도원이다.

그런데 이 수녀원 수녀들의 외출이 최근 잦아졌다.

마을 주민들과 만나고 마산시청까지 오가던 수녀원장 장혜경 수녀(50)는 급기야 서울까지 '진출'했다.

수녀원 인근 수정만 매립지 23만여㎡를 주거용지에서 공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선박블록을 만드는 조선기자재 공장을 설립하려는 데 반대하는 수정리 주민들과 수녀원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거대한 철판을 자르고 용접해 선박용 블록을 만드는 과정은 엄청난 소음과 분진,유해가스·중금속 오염 등을 유발합니다.

공장용지 바로 옆에 마을이 있고,마을에서 수녀원까지는 불과 500m밖에 안 돼요.

선박용 블록공장이 들어설 경우 마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물론 수도생활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형편이니 제발 좀 도와주세요."

장 수녀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조선소 기자재 공장이 들어서면 1987년 설립 이후 수녀들이 맨손으로 일궈온 수녀원을 떠나야 할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수정만 매립지는 1994년 두산산업개발이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매립을 시작했던 곳.경제성 문제로 사업자가 나서지 않자 마산시가 매립 목적을 공장용지로 바꿔 조선 기자재 단지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380가구의 수정리 주민들 중 90% 이상이 선박블록 공장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장 수녀의 설명.그는 "공장이 들어서면 홍합·굴 양식 등 1000여 주민의 생업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