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덩치키워 살아남기…델타ㆍ노스웨스트 합병 가시화
세계 항공업계가 고유가의 파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경영 환경이 극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주요 항공사들은 경쟁 항공사 인수ㆍ합병(M&A)이나 구조조정,항공요금 인상 등을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항공업계가 처한 경영 환경은 사상 최악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배럴당 110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현재 10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5위 항공사인 노스웨스트의 덕 스틴랜드 최고경영자(CEO)는 비즈니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소요 비용이 2008년 예산보다 17억달러 늘었다"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 42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JP모건은 미국 7대 항공사의 올 실적 전망치를 낮추면서 항공업계 손실이 최소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항공업계가 최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M&A가 이뤄질 경우 규모의 경제가 확대되는 데다 노선 재조정 등으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간판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17일 파산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국영 항공사 알이탈리아를 총 11억달러를 들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병을 주도한 에어프랑스-KLM도 2004년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이 합병한 회사로 지난해 매출 세계 1위(231억유로)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합병 케이스로 꼽힌다.

경기가 침체 상태에 빠진 미국에선 국적 항공사 간 M&A가 활발하다.

3위인 델타항공이 5위인 노스웨스트와 합병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협상이 성공하면 매출 298억달러로 아메리칸항공을 제치고 미국 내 최대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해 합병 협상이 무산됐던 2위 유나이티드항공과 4위 컨티넨털항공의 M&A설도 다시 흘러나온다.

몸집을 키우지 않고서는 치열해지는 항공업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금 인상도 추진되고 있다.

미 항공사들은 여행객 감소로 수지가 맞지 않는 국내선 항공요금을 최근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유나이티드는 국내선 항공요금을 거리에 따라 최대 50달러까지 올렸다.

노스웨스트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 인상에 동참했다.

인원 감축안도 잇따르고 있다.

델타는 전체 인력의 3%에 달하는 2000명의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비용을 줄이고 노스웨스트와의 합병도 미리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에어프랑스-KLM도 알이탈리아 노조 대표에게 1600명 감원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 반발이 걸림돌이다.

델타와 노스웨스트 경영진 측은 큰 틀에서 M&A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사 조종사 노조 간 협상이 결렬되는 등 아직 갈 길이 바쁜 상황이다.

또 항공업계의 자구책이 질 낮은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고객의 우려를 얼마나 씻어낼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