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작년 7월 인터넷 포털 A사 운영팀에 긴급 신고가 접수됐다.

회원수 16만명을 보유한 한 게임 카페의 운영자가 회원들 몰래 카페를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한다는 내용이다.회원들은 카페 매매를 중지시켜 달라고 A사에 요구했다.

A사는 즉각 운영자에게 경고메일을 보내 카페 거래를 막았으나 해당 운영자는 문책도 당하지 않아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2.회원수가 75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포털 B사의 한 패션 카페는 더욱 가관이다.

카페 운영자가 광고를 유치해 돈을 챙기는 등 카페를 상업적으로 사용했다.한 회원이 이를 지적하자 운영자는 항의한 4000명가량의 회원을 지난 2월 강제로 탈퇴시킨 것.쫓겨난 회원들은 운영자를 조세포탈혐의로 국세청에 신고했다.

인터넷 카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가 불법 의약품 등의 유통 경로로 변질되는가 하면,카페를 수천만원에 매매하는 일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매매 빙자한 사기 등장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 B사가 카페 운영자의 독단적인 운영이나 전횡과 관련해 신고를 접수받은 건수는 작년 3월 14건에서 올 2월 65건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인터넷 독재'로 부를 만한 일들이 늘어난 까닭은 카페의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회원수 100만명이 넘는 카페가 10여개,10만명 이상은 500여개에 달한다.

네이버,다음,네이트닷컴 등 상위 3개사에서 회원수 10만명 이상을 확보한 카페는 1500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 카페'가 출현하면서 상업성이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커졌다.

A사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카페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들을 포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최근엔 팔겠다고 해놓고 돈만 받아 챙기는 신종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고 털어놓았다.

카페 매매는 회원들의 공동 자산을 운영자 한 명이 독단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독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원들이 많다는 점을 활용해 영세 쇼핑몰로부터 광고를 유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활동 회원수가 부풀려진 탓에 광고 효과가 거의 없자 쇼핑몰들이 운영자에게 광고비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들 '어찌 하오리까?'

포털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방관하자니 위험 수위에 다다랐고,개입하자니 네티즌들의 자율적인 카페 운영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카페 매매를 적발하더라도 당사자들이 발뺌하면 거래 사실을 증명할 수도 없다"며 "조세포탈 등 민.형사상 범법 사실이 명백히 드러날 때 운영자 자격 정지나 아이디 정지 등의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문제가 발생해 신고하면 포털 측은 운영자에게 전권을 맡겼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며 "포털이 인터넷상의 질서 유지에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사 관계자는 "현재 카페지기의 권한과 관련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