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원룸에서 자취하는 회사원 김태원씨(35)는 지난 18일 밤 택시요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김씨는 현금이 없어 카드 결제가 가능한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도착한 뒤 택시기사에게 카드를 내밀었지만 카드 결제를 거부당했다.

기기가 고장났다는 게 택시기사의 변명.김씨는"왜 안 되느냐.현금이 없다.

나중에 주겠다"며 언성을 높여야 했다.

김씨는 노출하고 싶지 않은 휴대폰 번호를 기사에게 알려줬고 다음 날 독촉을 받고 시간을 따로 내 1만5000원을 송금해 줘야 했다.

요즘 김씨처럼 현금 없이 카드 결제 표시 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와 말다툼을 벌이는 등 불편을 겪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택시 7만대 중 카드 단말기가 부착돼 있는 택시는 2만5000여대에 달한다.

이들 택시의 하루 카드 결제액은 2억원에 불과하다.

택시 하루 매출(2교대 기준)이 24만원임을 감안하면 카드결제율(2억원/24만원×2만5000대)은 3.3%에 그치고 있다.

카드결제기를 달고 있으면서도 결제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실제로 단말기 고장이 잦거나,고장을 핑계로 현금을 고집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부 나이 많은 기사들이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씨는 "기기가 안 된다는 것은 핑계같았다"면서 "카드 결제가 늘어날 경우 매출이 몽땅 드러날 것을 꺼린 택시회사들이 기사에게 현금 지불을 유도하라고 지시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송두석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현재 시내 2만5000대의 택시 중 하루에 보고되는 실제 오류는 100건이 채 안 된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택시업계는 "지난해 3월 카드 결제가 확대되면 승객도 늘어난다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카드결제기를 달기 시작했지만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특별히 혜택도 없어 카드 결제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시처럼 서울시가 카드 수수료를 전액 지원해주거나 카드 이용시 승객과 해당 택시기사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펴지 않는 한 카드 결제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택시 승객은 줄고 있는데 카드 수수료 2.4% 전액을 택시회사가 떠맡게 돼 있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송두석 팀장은 "카드 단말기 고장으로 사용이 불가능할 때 승객이 택시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곧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렇게되면 카드 사용률도 차츰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