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을 주도해온 '버블세븐'지역(서울 서초·강남·송파구·목동,경기 분당·용인·평촌)의 중·대형 아파트값이 최대 6억원 급락하는 등 거품이 꺼지고 있다.

집값이 지나치게 오른 데다 각종 규제로 매수세도 사실상 실종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재건축이나 신도시 아파트에 당첨돼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 보유자'가 된 사람들이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차익의 50%) 부과 유예기간(1년)이 다가오자 서둘러 내놓은 매물도 많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 39억원에 팔렸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아파트 215㎡(65평)형은 현재 33억원짜리 급매물로 나와있다.

이런데도 이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

인근 도곡동 동부센트레빌 단지에서도 호가(부르는 값)가 수억원씩 떨어진 매물이 늘고 있다.

이 아파트 175㎡(53평)형은 지난해 27억~28억원을 호가했지만 최근 23억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매도 호가가 많이 떨어졌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1억~2억원 내려서는 거래가 어렵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잠실 주공아파트 5단지는 작년까지만 해도 남아있는 매물이 10개 정도였는데 이달 들어 두 배인 20개로 늘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1가구 2주택 보유자들이 양도세 부과 유예 시한에 쫓겨 급하게 처분에 나서고 있지만 이달 거래 건수는 3건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방배동과 양천구 목동에서도 이전에 비해 급매물이 많이 눈에 띈다.

평촌 분당 용인도 그동안 많이 오른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있다.

경기 안양시 평촌에 있는 꿈마을 한신아파트 201㎡(61평)형은 평균 매도 호가(13억원대)보다 3억원 이상 싼 10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평촌에선 작년 말부터 132㎡(40평)형급 이상 중·대형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촌 아파트값을 선도한다는 꿈마을에서만 대기 중인 매물이 작년 말보다 30%나 늘었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에서는 10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정자동 한솔마을 LG아파트 162㎡(49평)형이 9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용인에서는 중·대형 아파트 단지가 몰린 성복동과 신봉동 일대에 급매물이 많은 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4월 총선 이후 재건축이나 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6월1일을 기준으로 물리는 종합부동산세를 회피하려는 매물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건호/장규호/정호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