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하던 국제 상품가격과 곡물가격이 최근들어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글로벌 경기둔화로 연결되면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약세를 보이던 달러의 반등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약세에 베팅했던 투기세력들이 일시에 이탈, 국제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제 상품가격 하락이 거품해소 이상이 아니라면 당분간 국내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1일 일정 수준 이상의 국제 상품가격 하락은 글로벌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기 보다는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년동안 신흥시장 성장세와 궤를 같이하던 국제 상품가격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급등세를 보였다"며 "이는 곧 실수요에 따른 상승이라기보다는 달러약세와 투기적 요소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시점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높아졌고 국제유가와 상품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어우러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기도 했다고 지적.

따라서 국제 상품시장의 거품이 해소되면 동시에 인플레이션 공포를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어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거품 해소 이상으로 하락한다거나 조정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지수에 부담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품시장의 추세가 단기반등은 있더라도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호재가 되는 항공, 석유화학, 전력, 음식료업종에 대해 단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과 연동이 큰 철강과 비철금속 관련주에 대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이날 상품가격 하락은 국내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유가상승은 이머징국가들의 고성장을 대변하는 호재로 해석됐지만 올 2월말 이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상승과 경상수지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유가 및 상품가격 하락은 호재라는 게 그의 판단.

그는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주요인이 수출부진이 아닌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증가이기 때문에 유가하락으로 경상수지가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통화정책을 완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

곽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미국 증시의 하락이 국내증시의 하락으로 연결되기보다는 국내 경제 펜더멘탈이 받을 수 있는 수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상품가격 하락이 상품시장에서의 투기성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호재란 평가다.

그는 "유출된 자금이 다른 투자처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장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유선 기자 yu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