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부 재경기는 인정을 못 받았을까'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20일 밤(한국시간) 베이징올림픽 남녀 핸드볼 아시아 지역 예선 재경기 결과를 남자부만 인정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AS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스위스 로잔의 재판정에서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심리를 벌인 뒤 하루 만에 결과를 발표했고, 한국 남자대표팀은 예정대로 올림픽 본선에 나갈 수 있게 됐지만 여자는 국제핸드볼연맹(IHF) 자체예선에서 다시 한번 본선행을 다투게 됐다.

CAS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을 추측하려면 일단 작년 8월에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여자 예선과 9월 일본에서 진행된 남자 예선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

남자 예선의 경우 AHF 회장국인 쿠웨이트가 한국과 1차전부터 내리 4경기를 편파판정의 덕을 보며 휩쓸어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편파판정의 증거는 중계 화면이나 IHF가 파견한 감독관의 보고서 등에서 명백히 드러나 있었고, 편파판정의 덕을 본 쿠웨이트가 올림픽 본선에 나가게 된 것.
하지만 여자는 조금 달랐다.

한국을 비롯해 홈팀 카자흐스탄, 일본, 카타르까지 4팀이 출전한 대회에서 AHF는 한국과 일본의 1차전에서 '작전'을 쓰기 시작했다.

AHF가 선임한 중동심판은 한국-일본 1차전에서 무려 38차례의 편파판정을 감행했고 한국은 결국 일본에 29-30, 1점 차로 패하고 말았다.

한국은 2차전에서 약체 카타르를 45-17로 대파한데 이어 홈팀 카자흐스탄과 최종전도 32-31로 이겼지만 결국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한국은 일본, 카자흐스탄과 2승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카자흐스탄이 골득실(카자흐스탄 +5, 한국 0, 일본 -5)에서 앞서며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가져갔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아시아에서는 최강인 한국을 떨어뜨리고 카자흐스탄을 밀어주기 위해서 더욱 교묘하고 정교한 방법이 필요했던 AHF가 '골득실차'를 이용한 것이다.

CAS가 여자부의 경우 AHF의 손을 들어준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됐던 한국-일본전 결과로 일본이 득을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형균 대한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이 지난 19일 CAS 심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자흐스탄이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AHF에 어마어마한 액수로 로비를 펼친 정황을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AHF가 굳이 한국을 밀어내고 카자흐스탄 편을 들어줄 이유가 명백한 증거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국제스포츠계에서 예전과는 다르게 한국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점도 CAS 결정 이유를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있다.

이번 CAS의 결정으로 인해 IHF나 AHF를 비롯해 일본도 챙길 것은 다 챙겼다.

'오일달러'라는 막강한 힘으로 아시아 핸드볼을 좌지우지했다가 IHF의 재경기 결정으로 망신을 당한 AHF는 여자 예선이라도 인정을 받게 돼 명분을 찾았다.

IHF도 이번 심리에서 질 경우 회장이나 심판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옷을 벗게 될 처지에 놓였지만 이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남자와 여자 모두 IHF 자체예선에 예정대로 출전할 수 있어 불만이 없게 됐다.

기량으로만 보면 아시아 최강인 한국만 피해를 본 것. 더구나 이달 말 열리는 IHF 자체예선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베이징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