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이끌고 있는 채권왕 빌 그로스는 최근 개인적으로 소장해온 영국산 와인들을 경매에 내놨다.

팔린 가격은 910만달러(약 91억원).그가 산 원가의 4배에 달한다."주식보다 나은 투자였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컬렉션(수집품)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지난해 팔린 미술품 와인 사진 등 개인 컬렉션 액수는 63억달러에 달했다.

2년 전인 2005년의 2배 규모다.

뉴욕 소더비 경매의 관련 매출도 지난해 8억3300만달러에 달했다.

2005년보다 40%나 늘어난 금액이다.

미국 재테크 전문지인 스마트머니는 "올 들어 다우존스지수가 10% 가까이 빠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컬렉션 시장이 주식에 비해 오히려 더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대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집품들은 언제나 사고팔 수 있는 재테크 시장의 '블루칩'이 아니다.

유행도 많이 탄다.

대부분 수집가들이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물건들을 모으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가격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인의 그림을 사는 것은 장외 주식을 사는 것

미술 작품에 대한 투자는 개인 취향에 끌려서 해선 안 된다.

좋은 투자를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연구가 필요하다.

미술품 시장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어떤 미술품들이 얼마의 가격에 사고 팔리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투자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고르는 선구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고를 때와 사뭇 닮았다.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갤러리의 벽에 걸려 있는 신인 미술가들의 그림을 사는 데엔 신중해야 한다.

미술품 감정평가사인 스코트 제마는 "검증받지 않은 신인 미술가들의 그림을 사는 것은 IPO(기업상장) 전의 장외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단 상장만 되면 대박이지만 과연 주식이 상장될지,혹은 상장되더라도 어떤 가치를 받을지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골동품 경매로 사는 것은 새차를 사는 것과 같다

골동품을 경매에서 사는 것은 새 차를 사는 것과 같다.

매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 순간 차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갤러리나 경매회사는 미술품 가격의 최대 50%까지를 커미션으로 먹는다.

투자자가 지불한 돈 중 상당액은 골동품 자체가 아니라 갤러리나 경매사에게 바치는 셈이다.

특히 단기 차익을 바라고 골동품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 사람들을 속여 가짜 골동품을 팔려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드시 전문가들과 상담해야 하는 이유다.

미술품 재정 상담가인 슈산 로이더는 "초보자라면 시장에 관한 지식과 경력을 가진 전문가의 조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와인 초보 투자자라면 레드 보르도로 시작

최근 세계 와인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와인도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런던 와인전자거래시장이 집계하는 리브엑스 100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고급 와인의 가격은 한 해 동안 39%나 올랐다.

지난해 미국 종합주가지수 S&P지수 상승률(3.5%)의 10배가 넘는 숫자다.

와인숍 빈폴리오를 운영하는 스테펀 바흐만 사장은 "요즘 백만장자들은 그들의 부를 대변하는 상징물을 갖고 싶어 한다"며 "고가 와인이 부의 상징물로 뜨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와인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좋은 해에 생산돼야 하며 보관(숙성) 기간이 길고 희소성이 높을수록 값이 뛴다.

하지만 와인이 너무 오래되면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가치를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평가들이 정한 등급을 갖고 있는 와인을 사는 것이 안전하다.

바흐만 사장은 "초보자라면 레드 보르도로 시작하는 게 좋다"며 "레드 보르도는 오랜 역사와 거래실적(트랙레코드)이 있기 때문에 다른 와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