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투기 세력이 빠져나가면서 거품이 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관련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일대비 70센트 내린 배럴당 101.84달러로 이틀 연속 하락했다. 장중 한때 10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4월 인도분 금 값은 25.30달러 하락한 온스당 92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17일 1034달러에 오른 후 무려 114달러나 하락했다.

곡물가격도 일제히 내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8.1% 떨어진 부셸당 9.875달러에 장을 마쳤고, 옥수수와 콩 가격도 각각 약 3.8%, 4% 급락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투기적인 자금 유입 증가로 인한 가수요 때문"이라며 "가격 급등에 다른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일방적인 원자재 선호는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금이 상품 시장으로 몰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이 원자재 급등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향후 원자재 펀드 수익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펀드처럼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기후 변화와 이머징 시장 수요 증가 등 기본적인 원자재 급등 요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으로 예상되나 그간 워낙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원자재 펀드 수익률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김순영 연구원은 "원자재의 상승 여력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면서도 "포트폴리오에서 5~10%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원자재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5.48%로 해외 주식형 펀드의 -15.5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