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각 부처별 업무보고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여성부 국토해양부 보건복지가족부 통일부 등 4개 부처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의 업무보고에서 나타난 이 대통령의 화법이 눈길을 끈다. 자신의 의중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경험담을 종종 늘어 놓거나 구체적 수치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져 공무원들이 머뭇거리면 직접 답을 하며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불구속한다고 해놓고…"

지난 15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때 이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운동권' 경력을 거론하며 "정보과 형사가 자수하면 불구속된다고 가족을 설득해,남쪽에 숨어 있다가 서울시경에 와서 자수했는데 구속됐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의 '신뢰'를 강조하기 위해 예로 든 것이다.

장ㆍ차관 워크숍에선 "이란-이라크 전쟁 때 두 나라 모두에 군복을 팔았는데,양쪽 군복이 비슷해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들어 문제가 생겼다"며 "그래서 이라크 주재 종합상사 책임자가 즉결처분을 받게 됐는데,최고경영자(CEO)로서 방문했다. 옷조각 하나 팔려고 전쟁 중에 양쪽을 쫓아다니며 일했던 그때를 기억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와 정부가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했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이어 "서울시장 때 모 국장이 월드컵기념관을 짓겠다며 예산안을 가져왔는데 평당 1200만원이 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박물관 건축 기준에 맞췄다고 해서 '박물관은 온도 유지 등이 필요해 비용이 들겠지만 기념관은 다르지 않느냐'고 했더니 400만원으로 만들어 왔더라"고 소개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예산절감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든 사례다.

◆"톨게이트 통행 220대"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문제점을 지적,부처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지방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가보니,하루에 오가는 차량이 220대인데 직원까지 근무하더라"며 예산 낭비 사례를 지적했다. 그러자 도로공사가 전국의 톨게이트 통행량을 부리나케 조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 땐 "배추 한 포기가 (농민들이) 팔 땐 900원인데,가락시장에서 사려면 3000원,5000원 한다. 묵은쌀 보관료만 6000억원"이라며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우리 문화 콘텐츠 사업 비중이 세계시장에서 2.8% 정도…" "통계를 보면 30조원가량의 사교육비가 들고…" 등의 말도 했다.

◆일문일답식 선호

알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문답법을 자주 사용한다. 상대를 떠보는 동시에 강조점을 두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석유공사 자산이 얼마나 되지"라고 담당공무원에게 물어봤다. 즉답이 없자,대통령이 직접 답을 하며 "석유공사를 5배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 사례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