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를 넘어섰다.

1만달러를 돌파(1995년)한 지 12년 만이다. 하지만 이는 원ㆍ달러 환율 929원20전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어서 올해 연평균 환율이 1000원을 넘을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은 '2007년 국민계정(잠정)'에서 지난해 1인당 GNI가 2만45달러(1862만6000원)로 재작년(1만8401달러)보다 8.9% 증가했다고 21일 발표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1만1432달러로 1만달러 시대를 열었고 이번에 2만달러 고지를 밟게 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GNI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환율 하락 덕분이기도 하다. 원화를 기준으로 명목 GNI는 전년보다 5.9% 증가했는데,이를 달러로 환산했을 때 환율 하락에 힘입은 명목상 소득증가 효과는 3%포인트에 이른다.

반면 올해 인구가 통계청 예상대로 증가(4846만명→4861만명)하고 원화기준 GNI는 지난해와 같은 증가율(5.9%)을 기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환율이 연평균 1달러당 1000원을 기록하게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가량 줄어들게 돼 1인당 국민소득은 다시 1만달러대로 되돌아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도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해 전년에 비해 5.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한은이 내다본 경제성장률 전망치(4.5%)를 훨씬 웃돈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2006년 5.1%에 이어 2년 연속 5%대를 기록하는 호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구매력을 기준으로 국민의 소득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전년에 비해 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GDP 성장률을 12년째 밑돌았다. 이는 고유가 등으로 주요 수입품 가격은 올랐는데 수출품 가격은 떨어지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돼 국민의 실제 구매력 증가가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실액은 78조394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고유가와 원자재 쇼크가 찾아온 작년 4분기에는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분기 실질 GNI 증가율이 3분기의 1.5%보다 크게 둔화된 0.2%에 그쳤다.

총 저축률은 30.6%로 전년의 31.3%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지출이 늘어나면서 개인순저축률(2.3%)이 전년(3.1%)에 비해 0.8%포인트 떨어진 영향이 컸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