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앤 규제보다 새로 만든게 倍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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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장벽과 법인세를 낮추고 노동 유연성은 높여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선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국민주나 연기금을 활용하라."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ㆍ한국재정학회ㆍ한국응용경제학회의 '2008년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경제학자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과제에 대해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참여정부가 규제 더 늘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수년간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된 규제보다 많았다"며 "새 정부는 (단순한) 규제완화 차원을 넘어 법과 제도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쪽으로 전면적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신설ㆍ강화된 규제는 2077건에 달하는 반면 폐지ㆍ완화된 규제는 801건에 그쳤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또 "규제방식도 포지티브(positiveㆍ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제한적으로 허용) 식에서 네거티브(negativeㆍ허용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만 규제)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관리본부장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했다.
청년층 고용확대를 위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기간을 현재의 2년에서 3~4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또 '정규직 고용보호'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규제완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큰 정부'가 꼽혔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정부 조직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조세-임금경쟁'에서 불리
김성태 청주대 교수는 "한국이 조세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자본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수입비중은 2000년 3.7%에서 2004년 3.4%로 낮아진 데 반해 우리는 3.3%에서 3.5%로 높아졌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현행 25%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데 따른 수입 감소분은 면세율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소비세 수입을 늘려 충당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또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기초자치단체를 광역자치단체로 귀속시키는 정부조직 개편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제조업 임금상승률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00~2006년 중 한국의 제조업 명목 임금상승률은 20.5%로 대만(4.1%)이나 싱가포르(4.3%)는 물론 미국(10.0%)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히려 명목 임금이 하락(-1.9%)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여성ㆍ고령노동력을 활용하는 등 노동시장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물가부터 잡아야
최근 이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제안이 잇따랐다.
김인준 서울대 교수는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부에 '물가부터 잡으라'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며 이런 상황에선 인플레 기대심리와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또 "물가안정에는 부동산 가격안정도 포함돼야 한다"며 부동산시장을 들썩이게 만들 수 있는 조치에 대해 경계감을 표시했다.
윤석헌 한림대 교수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대해 "외국자본이나 산업자본에 넘기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은행 경영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제한한다는 조건에서 국민주 방식이나 국민연금의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선 "산업은행과 대우증권,기타 자회사를 묶어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