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와인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초 봄철 대학가에는 로제 와인을 마시는 유행이 있었다.

남학생이 봄 축제에 여자 친구를 초대해 사주는 것인데,발그레한 빛깔이 예쁘고 맛도 상큼하며 달짝지근해 술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9~10도로 낮지 않은 편이라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취한다.

그래서 당시 로제 와인은 일명 '작업주'라는 별명을 가졌다.

세계적인 명성의 포르투갈 로제 와인 '마테우스 로제(Mateus Rose)'를 수입하는 피노홀딩스의 김삼규 부사장은 이 와인을 "향수를 부르는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촛불에 비추면 연분홍 빛 와인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고 병사들의 수통을 본떠 디자인한 병 모양도 예쁘다"고 말했다.

마테우스 로제가 주한 미군 영내매점(PX)을 통해 국내에 처음 유통된 이래 한참 동안 오리지널 버전인 마테우스 로제밖에 구할 수 없었지만,이번에는 마테우스 화이트ㆍ로제쉬라즈ㆍ템프라니오 등 마테우스 풀 시리즈(full series)가 전부 들어왔다.

마테우스 로제는 1970~1980년대 일본에서 크게 히트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가볍고 상큼한 맛에 과실 향이 넘치고 약간의 발포성이 있다.

가벼운 식사나 해산물 닭고기 토끼고기 등 흰살 육류,구운 고기,샐러드에 잘 어울리고 아시아 음식과도 궁합이 맞는다.

지중해라는 출생 배경 덕에 태양ㆍ즐거움ㆍ웰빙ㆍ밝음ㆍ젊음 같은 단어들이 마케팅에서 빠지지 않는다.

포르투갈에서만 자라는 토착 품종의 포도를 사용하고 장시간 발효시킨다.

만드는 방법은 화이트 와인과 비슷하다.

포르투갈 사업가인 페르난도 반 젤러 게데스가 1942년 처음 만들었을 때는 레드 포도 품종에서 분홍색 와인을 생산했다 해서 획기적인 기술로 인정받았다.

게데스가 설립한 소그라페 그룹은 지금까지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로제 와인은 특히 봄에 많이 팔린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묵직한 레드 와인 대신 차게 마시는 화이트와 로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격은 3만2400~4만6000원이고 알코올 도수는 11도.오리지널은 홈플러스에서,나머지는 와인바에서 맛볼 수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