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양시장의 최고 인기물량 중 하나였던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가 예비당첨자에게도 외면받으면서 137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SH공사는 최초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279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19일까지 예비당첨자(전체 가구수의 20%) 접수를 진행한 결과 142명(50%)만 접수에 응했다고 21일 밝혔다.

은평뉴타운 1지구 전체 1643가구 중 8.3%가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미계약 아파트는 B공구가 77가구로 가장 많고 A공구와 C공구가 각각 34가구와 26가구다. 미계약 아파트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예비당첨자의 동호수를 추첨하지 않아 다음 달 초 동호수 추첨 이후 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처럼 계약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후분양제 실시로 철저한 자금계획 없이 청약한 수요자들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평뉴타운은 전체 공정의 80%가 끝난 뒤 분양되기 때문에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모든 분양대금을 치르는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더구나 예비당첨자는 3월부터 계약해 잔금을 3개월 뒤인 6월까지 내야 할 정도로 촉박하다. 분양대금이 6억원을 넘는 134㎡형 이상은 주택담보 대출비율(LTV)이 40%에 불과,최소 4억원에 이르는 돈을 3개월 내에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자금마련 계획없이 일단 청약하고 보자는 심리로 지원했다가 '덜컥' 당첨된 사람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은평뉴타운은 전매금지 기간도 길어 제2금융권 등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올 경우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은평뉴타운의 전매기간은 101㎡형 이상은 5년,84㎡형은 7년이다. 설사 시세차익을 남기더라도 금융비용으로 날릴 수 있다. 현재 은평뉴타운은 주택형에 따라 1억원이 넘는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거래시장 위축으로 살던 집을 팔아 분양대금을 치르려는 유주택 청약자도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계약을 포기한 예비당첨자의 경우 최초 당첨자와 달리 재당첨 금지조항에 걸리지 않는다. 자금 계획을 다시 세워 입지가 더 좋은 은평뉴타운 2지구나 송파신도시 청약에 신청하기 위해 포기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SH공사 관계자는 "예비 당첨자 가운데도 재당첨 금지조항에 걸린 사람이 있고 부부가 동시에 당첨되기도 해서 접수를 못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남은 137가구는 오는 7월 은평뉴타운 2지구 A공구를 분양할 때 다시 공급할 예정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