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1년 이상 끌어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이제는 어느 정도 막바지에 온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조짐들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지원 방식이 바뀌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금리 인하와 같은 간접 지원에서 최근에는 국채임대대출(TSLF) 프라이머리딜러대출(PDCF)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와 신용경색을 겪고 있는 금융사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런 방식을 통해 확보된 유동성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파악된 부실과 잠재부실 규모인 6000억달러를 웃돈다.

FRB가 확정발표한 유동성 지원 규모를 보면 국채임대대출 2000억달러,국책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잉여자본금 요건 완화에 따른 유동성 유발액 2000억달러,환매채(RP) 방식 1000억달러,선진국 공조를 통한 1000억달러 등 최소 6000억달러에 달한다.

또 부실자산과 채권을 관리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베어스턴스에 대해서는 구제금융이 지원됐다.

앞으로 발생할 부실자산과 채권에 대해서도 부시 행정부와 FR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탁공사(STC)를 설립,직접 매입해 관리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부실자산과 채권의 처리를 원칙적으로는 민간자율에 의해 처리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정부가 직접 나선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앞으로 발생할 부실자산과 채권은 미국 정부와 FRB가 보증을 선다는 뜻으로 유동성 부족보다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금융위기 국가들이 겪은 경험을 보면 최근과 같은 미국의 유동성 지원과 부실자산 관리 방식이 나와 현 시점에서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유동성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면 곧바로 자산시장과 실물경기가 따로 노는 차별화(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관례다.

앞으로 미국의 실물경기는 주가와 부동산값 하락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와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대규모 해고사태 등에 따른 구조조정의 부작용으로 최소 2분기 동안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산시장은 증시와 부동산시장 순으로 반등하다가 일정 시간이 경과된 후 '부(富)의 효과'가 나타나면 소비와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다.

요즘 뉴욕 월가에서 주가예측 기법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도 이 같은 경험과 논리로 만들어진 이론이다.

자산시장 가운데 가장 먼저 반응하는 증시를 보면 부실자산과 채권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많이 풀린 돈의 힘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가 오는 점도 금융위기국들의 정형화된 사실이다.

이번에도 금리 인하와 직접지원 방식,그리고 이들 자금의 레버리지 효과까지 합할 경우에 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0%에 해당하는 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주가 좋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슈퍼 리치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가치(value)에 비해 가격(price)이 많이 떨어진 수단을 대상으로 '체리 피킹'(cherry picking)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정크본드와 주택경매 물건을 매입하다 이달 들어선 금융주와 그린 백(달러화 별칭)을 사들이고 있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자산시장 움직임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