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페인팅'회화의 선구자이자 영화 감독 쥴리앙 슈나벨(55)의 서울 작품전이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마련된다.

슈나벨은 캔버스 대신 동물의 가죽을 비롯해 가부키 연극의 배경막,나무판,동판 등을 사용하고 유화 물감뿐만아니라 접시,송진,지푸라기,잉크 등 다양한 오브제로 조형적 미감을 살려내는 작가.

1950~1970년대 화단의 주류를 형성했던 추상미술에 대한 반동에서 시작된 미술 장르인 신표현주의를 선도한 그는 1979년 뉴욕 메리 분화랑에서 가진 개인전을 계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친구 화가 미셸 바스키아의 일생을 다룬 영화 '바스키아'를 연출해 주목을 받았고,2007년 칸영화제에서 '잠수종과 나비'로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돼 홍콩,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도착한 아시아 순회 회고전이다.

'접시 페인팅'을 비롯해 '그늘막 페인팅','동판 페인팅''나무판 페인팅'등으로 대표되는 '뉴페인팅' 작업 50여점이 걸린다.

그의 뉴페인딩 미학세계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구상회화의 회복을 추구하는 그는 선명하지만 서로 어울리지 않는 배색을 이용하는가 하면 잭슨 폴록의 '드리핑(Dripping·물감을 떨어뜨려 표현하는 기법)',라우센버그의 '콤바인 페인팅(조각과 회화를 결합한 미술 형태)',요셉 보이스의 조각기법 등을 결합시키기도 한다.

이것 저것 잘 소화시키고 모방해 내는 이른바 '잡식성 화가'다.

이에 따라 특별한 주제나 테크닉,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생소한 오브제를 사용해 죽음,부활,신화,종교,해체,일상의 이중성 등의 문제들을 깔끔하게 풀어낸다.

1993년작 '오라츠의 초상'은 나무판 위에 본드와 유화 물감,깨진 접시를 결합시켜 만든 작품.거친 재료를 사용하지만 작품은 의외로 깔끔하며 정적이다.

'여우농장' 역시 석고가루로 만든 화판 위에 칠 전용 재료인 제소(Gesso),유화물감,합성수지 등의 오브제를 사용해 농촌의 전원 풍경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합성수지로 만든 화판 위에 잉크와 송진으로 영화배우 말론 브란도를 그린 '브란도'시리즈,동판 위에 유화물감으로 신비감을 묘사한 '판도라''플라밍고'시리즈 등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도형태 갤러기현대 대표는 "슈나벨은 1970년대 빈사상태에 빠진 구상 화화를 되 살려낸 구원투수였다"며 "과감한 표현방법이 후기산업시대의 정신성을 반영함으로써 빠른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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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