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약사전 뒷마당 산목련 하얗게 피고 지는데 전쟁에서 수만 명을 이긴 자보다 나를 이긴 자가 승리자라며 바람도 여기는 와서 큰스님 말씀 속에 잠드는데



어쩌자고 답답한 가슴 타는 불길 누굴 이기겠다고 침울 했으며 누굴 이겼다고 즐거웠는지 꽃에게 묻고 바람에게 산새에게 약사전 불전함 옆 촛불에 묻고(…)



멀리 돌아 바람처럼 연못 아래 눕고 촛불처럼 아프게 스스로를 태우며 산목련 꽃잎으로 잠들어 나를 이긴 자가 나이기를

산목련 풍경소리에 꿈꾸어도 되는지

-김주대 '큰스님 말씀' 부분



산사 뒷마당에 산목련이 피어났다.

산새들은 재잘대며 허공을 가른다.

나른한 풍경소리,불전함 옆에서 일렁이는 촛불.큰 스님 말씀이 비수처럼 가슴을 파고 든다.

스스로를 이겨라,그래야 승리자다.

그래,끊임없이 누구를 이기려고 했지.승리의 갈망이 무수한 번민을 낳았을 것이고… 이 봄 또 누구를 이기겠다고 이렇게 침울한가.

약사전 뒷마당에 흐르는 바람처럼 무심하게 살 수는 없는것일까.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산사는 고요하고 산목련은 더욱 희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