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런던 증시에선 영국 최대 모기지 대출업체 HBOS가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 회사 주가가 20분 만에 17% 이상 급락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일부 투자자들이 HBOS가 파산할 것이라는 거짓 소문을 흘려 대대적인 매도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FSA는 악덕 거래업자들이 이 같은 시장조작을 통해 1억파운드(약 1991억원)에 이르는 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HBOS에 대한 악성 루머의 진원지는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의 한 초대형 헤지펀드도 주가조작 혐의에 휘말렸다. 이 헤지펀드는 특정 업체들에 대한 불법 정보를 캐내고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별도 사업부를 설립했다. 사설탐정들을 고용해 먹잇감으로 점찍은 회사 경영진들의 이메일과 전화기록 등을 해킹했다. 이들은 목표 회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투자은행으로 흘려 주가를 급락시킨 뒤 단기 매매로 수백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소속 거래인들을 민간 연구원이나 저널리스트로 위장시키기 위해 명목상의 회사들을 설립하기도 했다.
텔레그라프는 233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스 은행을 1995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린 것도 한 매니저의 사기 행위였음을 상기시켰다. 싱가포르 지점의 닉 리슨 수석 매니저는 1992년 이래 14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지만 이 사실을 숨겨왔고 결국 베어링스의 파산을 불러왔다.
텔레그라프에 양심 선언 형태로 전해진 내부고발자의 보고서는 FSA에도 전달됐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