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건립 비용 문제로 넉 달째 늦어지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의 아파트 분양 재개 여부가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23일 한국토지공사와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교육청은 최근 청라지구(1단계) 학교 건립 비용을 선(先)투입한 뒤 사후정산하자는 토공의 제안에 대해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1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학교 건립비용을 토지공사가 전액 무상 지원하거나 건설사들이 분담하지 않는 한 청라지구 아파트 공급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토공 제안과 비슷하게 BTL(임대형 민자)방식으로 추진 중인 송도신도시 등 26개 학교에 이미 2600억원 정도가 투입돼 완공 후 20년간 갚아야 할 돈만 6120억원에 이른다"며 "현재로서는 청라지구 학교 건립비를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청라지구 분양승인권자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역시 학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입주자 모집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12월 학교 건립이 적합한지를 확인한 뒤 분양(입주자 모집)승인을 내주도록 전국 지자체에 지침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청라지구에서는 그동안 학교 건립비 부담 논란때문에 모두 5729(9개 블록)가구에 이르는 아파트 분양이 지난해 12월부터 중단돼 있다.

특히 6개 블록에서 3845가구는 이미 사업승인까지 마쳐 분양 승인만 받으면 곧바로 공급이 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청라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토지공사도 후속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라지구 1단계 사업지구에는 초.중.고 2개씩 모두 6개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초등학교 1곳은 지난해 이미 아파트를 분양한 GS건설과 중흥건설이 건립 비용을 부담키로 한 상태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이 재개되려면 토공이나 건설사들이 초등학교 1개와 중.고등학교 각각 2개 등의 건립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토공 관계자는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누군가 학교를 무상으로 지어 기부채납하는 수밖에 없지만 토공이 비용을 무상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역시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거액의 학교 건립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마당에 국가가 학교 설치 의무를 사업자에 떠넘기려면 학교 건립비용을 분양가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문가는 "청라지구 아파트 분양 재개 문제는 국토해양부,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가 나서야 할 사안"이라며 "학교 건립 문제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