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환율효과' 뺀 실적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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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 "외부환경 편승한 이익은 오히려 毒"
남용부회장 "외부환경 편승한 이익은 오히려 毒"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원.달러 환율 상승,지분법 이익 등 외부효과를 제외한 실적을 별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외부효과' 덕에 올린 이익을 실력에 의한 이익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23일 LG전자에 따르면 남 부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나쁜 이익은 독(毒)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공개했다.
기업이 외부에 공표하는 실적과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외부효과를 배제한 실적을 만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LG전자 내부에서는 남 부회장이 외부효과를 제외한 '순 실적'을 사업부문별 평가,인사 등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277억원.해외법인 포함)의 15배에 달하는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외부효과를 완전히 배제한 실적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사업계획서상의 기준 환율을 적용해 수출로 인한 이익을 재조정하고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호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분법 이익을 제외하는 선에서 '순 실적 성적표'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 부회장의 이번 지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실적 강조'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남 부회장이 구 회장의 지시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 외부효과를 제외한 실적을 별도로 만든다는 방침을 내놨을 것이라는 얘기다.
구 회장은 지난 11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이 참석한 임원 세미나에서 "대외여건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실적이 부진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기업을 경영하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남 부회장은 최근 창원,구미,평택 등의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나쁜 이익론(論)'을 되풀이했다.
그는 "조직의 체질을 바꿔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외부의 전망 때문에 변화의 스피드가 늦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최근의 환율 상승,자회사 실적호조로 얻게 되는 이익은 결코 좋은 이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중국에 14개의 생산법인이 있는데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위안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에서 생산돼 해외로 수출하는 품목은 이전보다는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율로 인한 득실계산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경계론도 펴고 있다.
환율과 원자재 등 외부 변수로 인한 사업계획 수정과 관련,LG전자 관계자는 "매달 향후 6개월에 대한 경영전망을 점검해 보고 있다"며 "당장 사업계획을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 계획과 관련해서는 일부 내용이 변동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