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영국중앙은행(BOE) 등이 신용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은행에 의한 MBS의 직접 매입은 글로벌 신용위기 해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해당 중앙은행들은 이를 부인했다.

FRB와 BOE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신용위기 해결책으로 MBS를 직접 대량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BOE가 MBS 매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ECB는 15개 중앙은행의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가장 소극적이라고 FT는 덧붙였다. FRB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만 MBS 매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맴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대해 FRB 관계자는 "MBS 매입을 위한 해외 중앙은행들 간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BOE 관계자도 "MBS 매입은 검토할 수 있는 여러 대책 중 하나일 뿐이며 진전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FRB와 BOE가 모두 MBS 직접 매입 논의를 부인했지만 중앙은행들이 MBS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신용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만약 중앙은행들이 MBS를 직접 매입할 경우 신용경색의 핵심으로 꼽히는 MBS에 가치가 부여돼 시장에서 융통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쇄효과를 일으켜 채권시장이 살아날 수 있으며 신용위기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현재 CNBC 방송에서 '매드 머니(Mad Money)'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짐 클라머 등은 "FRB가 2000억달러의 MBS를 직접 매입하면 신용위기는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MBS를 직접 매입하게 되면 MBS의 시장가격을 왜곡할 수 있는 데다,MBS 발행자 및 투자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FT의 보도를 일단 부인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FRB는 MBS 직접 매입 요구를 무시한 채 일부 MBS를 담보로 인정하는 수준에서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다. FRB는 오는 27일 첫 입찰을 실시할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에서 국책 모기지회사가 발행한 MBS와 신용등급이 AAA로 최우량인 MBS를 담보로 잡고 현금과 마찬가지인 국채를 빌려주기로 했다. 또 지난 17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프라이머리딜러에 대한 직접대출(PDCF)'에서는 투자등급인 MBS를 담보로 인정함으로써 MBS의 담보범위를 좀 더 확대했다.


중앙은행들의 MBS 직접 매입은 신용위기가 더 심화될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베어스턴스 몰락 이상의 폭풍이 몰아치면 중앙은행들로선 마지막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S&P는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올해 순이익이 최대 3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질 염려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 씨티그룹 회장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주택경기 침체의 핵심 불안요인인 주택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세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