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유엔 환경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축산업을 지목했다.

육류를 탄소덩어리로 몰아세운 것이다.

지구상 모든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보다 축산업이 더 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 '하루 한끼만이라도 채식을 하자'였다.

가급적 육식을 줄여 지구를 살리자는 얘기다.

북유럽에서는 '고래고기로 지구를 구하자'는 이색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고래고기 1㎏이 만들어지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9㎏이지만,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15.8㎏,6.4㎏이라는 것이다.

국제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지구를 지키려는 마음들이 가상하기만 하다.

대기와 수질,토양오염으로 지구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파괴로 인해 인간이 곧 치명적인 앙갚음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가 섬뜩하게 들린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나라 간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오는 29일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지구를 위한 1시간(Earth Hour)'캠페인이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지난해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에는 올해 미국 캐나다 덴마크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의 24개 도시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도시의 가정과 사무실에서는 밤 8시부터 1시간 동안 전등과 전기제품의 플러그가 모두 뽑히게 된다.

신음하는 지구를 위해 1시간 만이라도 배려를 하자는 취지다.

서울에서도 전력소비가 피크에 이르는 8월 한여름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사를 벌인다.

'불을 끄고 별을 켜다'는 정서적인 이름을 가진 행사다.

환경문제를 환기시키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세계 어느 도시 못지 않지만, 갈수록 피폐해지는 지구를 살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지구는 여러 피부병을 앓고 있다.

그 피부병을 야기하는 주범이 인간이다."

니체가 말한 이 경구가 마치 오늘을 사는 우리를 꾸짖는 것처럼 들린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