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달러화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달러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선이 하나 둘씩 끊기면서 해외에서 차입할 수 있는 길이 막히는 '달러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경색이 미 베어스턴스 사태 여파로 더욱 악화된 탓이다.

최근 서울 자금시장에는 "중국계 은행들이 국내 일부 금융회사에 대한 하루짜리(over-night) 달러 공급 중단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미국계 은행의 차입선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이 같은 루머가 나돌자 시장 참가자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23일 "지난해 말부터 중국계 은행들이 3개월짜리는 한 달짜리로,한 달짜리는 일주일짜리로,일주일짜리는 하루짜리로 만기를 줄여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하루짜리 달러대출을 롤오버(연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계 은행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 대한 달러 유출을 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 참가자는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금융시장마저 불안해지면서 일본 은행들이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매도가 많아지면서 해외 송금이 늘어나 달러 부족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는 은행의 달러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외화대출 위축→기업 설비투자 및 원자재 조달 차질 등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만성적인 달러 초과 수요는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겨 환율 급등과 물가 상승,나아가 금리 상승으로 연결돼 우리 경제에 고비용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도 달러 부족 사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에 대한 방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달러 부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