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중인 고합이 미국 거래처의 파산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채권 100억원어치를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2006년 4월1일 발효된 '외국 도산절차 승인제도'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당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기업의 주의가 요망된다.

이 제도는 미국 법원이 인정한 도산절차(파산절차와 회생절차 모두 포함)를 국내 법원도 그대로 인정하기로 한 국제협약으로 거래처의 해외 파산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에 불참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채권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고합에 100억원의 채무가 있는 오모씨가 "미국 내 파산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고합에 갚을 빚이 없다"며 낸 외국 도산절차 승인 신청 사건에서 오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23일 밝혔다.

고합은 재미교포 사업가인 오씨와 수년간 거래해 오면서 물품대금 100억여원을 받을 게 있었다.

하지만 오씨는 경영을 잘못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지구 파산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승인을 받았다.

고합은 미국 법원으로부터 "보유 채권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오씨의 한국 내 부동산에 대한 채권 가압류 신청을 국내 법원에만 냈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