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맹렬한 기세로 자금을 빨아들였던 해외펀드의 성장세에 올 들어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이머징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자금 유입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재투자분을 제외하면 올 들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해외펀드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의미있는 반등 국면에 들어가기 전에는 해외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정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해외펀드로 30% 안팎의 손실을 경험하면서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돼 지난해처럼 해외펀드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외펀드 자금유입 급제동

23일 자산운용협회와 한국펀드평가 굿모닝신한증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87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3월 설정액 증가분은 1조원대에 머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자산운용협회가 해외펀드 규모를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 말 이후 월간 증가 규모로는 가장 적은 수준이다.

특히 연간 결산 후 수익금이 다시 펀드로 들어오는 재투자분을 제외하고 순증감으로 보면 해외펀드에서 지난 19일 1440억원의 자금유출이 일어난 데 이어 20일에도 1200억원이 순유출됐다.

해외펀드 급증세가 한풀 꺾인 것은 해외펀드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주식형펀드의 부진 탓이다.

지난해 해외 주식형펀드의 연간 설정액 증가 규모는 43조원에 달하지만 올 들어선 1분기가 거의 다 지난 현재까지 6조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재투자분을 제외한 순증감으로 보면 상당수 해외펀드에서 올 들어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조원의 순증을 기록했던 중국펀드의 경우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1815억원의 순유출이 일어났다.

유럽펀드(-1563억원) 남미펀드(-1198억원) 일본펀드(-1185억원) 등에서도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갔다.

브릭스(8919억원) 글로벌이머징(6459억원) 러시아(2039억원) 정도만 올 들어서도 여전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자금 이탈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수익률 악화가 꼽히고 있다.

지난 19일 현재 해외 주식형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21%다.

친디아가 -33%로 가장 성적이 나쁘고 중국(-31%) 인도(-26%) 베트남(-21%) 일본(-18%) 브릭스(-14%) 남미(-3%) 등 모든 지역의 해외펀드들이 올 들어 손실을 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최근 미국 중국 등 해외증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며"해외펀드에서 빠져 나온 일부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옮겨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불안해진 중국펀드 가입자들

최근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중국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의 환매문의와 실제 환매가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장이 급락한 지난 1월과 2월에도 환매요청이 거의 없었지만 3월 중순부터는 시장 등락에 따라 미래에셋 계열 중국 펀드 부문만 하루에 많게는 20억원 정도 유출이 발생한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펀드 환매가 늘고 있는 것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해 10월16일 최고치(6092.06)를 기록한 후 현재 37%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지난 12일 5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한 뒤 14일과 19일 20일 등 네 차례에 걸쳐 들어오는 자금보다 나가는 자금이 많았다.

국민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중국 펀드 환매는 한창 중국 붐이 일던 작년 8~11월 가입한 고객보다는 초창기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전에 한푼이라도 더 이익을 챙기자는 계산으로 환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영/임상택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