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어떤 색깔로,어떤 메커니즘으로 운영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제금융 경험이 풍부한 민간인 출신의 전광우 금융위원장,관료 출신이면서도 민간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은 김 원장 내정자의 '3각 지휘체계'는 금융정책사에서 전례가 없는 데다 업무 처리 스타일마저 크게 달라 이들이 어떤 화음을 낼지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 업무처리 기대

김 내정자는 부드러운 성품에 차분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소신있는 소수파가 되기보다는 대세의 흐름을 타는 행보를 보여왔다.

금감원 부원장과 기업은행장,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있을 당시 불협화음이 새어나온 적이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웬만해서는 대립하지 않는 성격"이라며 "금융위와의 권한 배분 등 갈등 요인이 있지만 김 내정자의 스타일상 모든 일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김 내정자는 금통위원 시절에도 돌출 발언을 했던 기억이 없다"며 "예측 가능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책 혼선시 갈등 우려도

문제는 시장 상황이 급속히 악화돼 정부의 시급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으로 빠져들 경우 재정부-금융위-금감원으로 이어지는 금융정책 라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여부다.

예컨대 가계대출이 크게 부실화되거나 아니면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문제가 생겨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빠져들 경우 그 대응은 재정부 지휘를 받아 이뤄져야 한다고 재정부 관계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놓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최근에 논란이 됐던 '산업은행+우리금융+기업은행'의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금융위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정부 내에서 주도권 다툼의 성격이 짙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의 경우 강 장관보다는 오히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가깝다는 얘기마저 일부에서 나오는 등 정부 금융정책 라인 내에서 미묘한 힘겨루기 기운마저 감지되고 있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분리되는 만큼 금감원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중요한데,김 내정자의 스타일상 밥그릇을 제대로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법령 규정 인.허가 등을 총괄하게 돼 있는 만큼 손발 역할을 하는 금감원은 금융위와의 업무 구분과 관행 정착이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다.

◆민.관 사이 조율 역할에 관심

김 내정자는 금융위 내에서 '캐스팅보트'와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가 관(官) 출신 4명，민간 출신 4명으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반민반관의 김 내정자가 당연직으로 금융위원에 포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민간 출신으로는 위원장 부위원장 민간상임위원 비상임민간위원을 분류할 수 있고,관쪽으로는 재정부 차관，한은 부총재，예금보험공사 사장，상임위원을 꼽을 수 있다.

그가 민감한 사안에서 재경부 편을 든다면 균형추가 관쪽으로 기울 수 있다.

김 내정자는 강 장관과 행시 8회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