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과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 얻은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라며 "한나라당 공천파동과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당을 더 개혁하지는 못할 망정,이미 개혁되어 있는 것조차 지키지 못했다"면서 "불공정한 공천문제로 당이 아우성인데,심지어 당 대표가 비례대표 영입에 대해 대통령에게 칭찬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까지 있다"며 강 대표를 거듭 겨냥했다.
그는 이어 "상향식 공천이 사라졌고 당권ㆍ대권 분리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회적 불만을 표시했다.
박 전 대표는 또한 올해 초 공천완료 시기를 둘러싼 당내 파동 당시 당 지도부의 공정공천 약속 사실을 언급한 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말했다.저는 어쩌면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약속과 신뢰가 지켜지기를 바랐다"며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작심한 듯 "이런 식이면 누가 당에 헌신하겠는가""과거의 밀실공천으로 후퇴하는 것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탈당설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을 다시 똑바로잡겠다"고 일축했다.
당소속 의원들에 대한 유세지원에 대해서는 "제 선거도 있고 지원유세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친박연대 등 탈당한 자신의 계파 후보들에 대해선 "제가 그분들을 지원할 수는 없다"며 "그 분들은 참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잘 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경직된 얼굴로 추가 답변 없이 회견장을 나갔으며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24일 대구로 내려가 총선 때까지 서울에 올라오지 않고 본인의 선거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표가 제기한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당 대표로서 공정공천을 주문했고 결과적으로 숫자로도 이 원칙이 지켜졌다"고 반발했다.
반면 친박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표의 회견은 공천을 받은 친박이든,무소속 친박이든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