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클러스터로 부활 기회 노려

"요즘엔 손님 구경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예요.

작년 12월만 해도 1돈(3.75g)에 10만원 하던 금값이 지금은 13만~14만원까지 뛰었으니 누가 사려고 하겠습니까.

3월이 결혼 대목인데도 이 지경이니 앞으로가 더욱 큰 일입니다."(주얼리 가공업체 A사의 K사장)

지난 21일 방문한 전북 익산 귀금속단지는 '한국 최대의 귀금속 단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지나다니는 차량은 물론 행인마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간판이 반쯤 떨어져 나간 업체가 있는가 하면 정문 등에 '공장을 팔거나 빌려준다'는 공고를 붙인 업체도 눈에 띄었다.

한 보석가공업체의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녹슨 가공기계 위에 먼지만 수북이 쌓여있었다.

보석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세웠다는 귀금속판매센터조차 손님들이 없어 점원들이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국내 최대 귀금속가공단지인 익산 귀금속단지에 입주한 주얼리 업체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금값이 최근 3개월 동안 30% 이상 상승하면서 주얼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 벌써 6개 업체가 폐업신고를 냈고 38개 업체는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전체 입주기업(129개)의 34%가량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금값 폭등은 안그래도 어려웠던 익산 귀금속단지 입주업체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것이 허석봉 익산 귀금속제조발전협회장의 설명이다.

익산 귀금속단지는 외환위기 이후 저임금을 노린 입주 기업들의 잇따른 중국 진출과 '미니골드' 등 대형 업체들의 등장으로 인해 3000억원에 달하던 연매출이 지난해 36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박상권 PR주얼리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매달 5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지만 올 들어서는 3억원도 버거운 상태"라며 "그나마 순금 수요만 있을 뿐 마진이 좋은 패션 주얼리 제품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동지역에 금을 가공한 주얼리 제품을 수출하는 클라세의 김병원 대표는 "원가의 75%를 차지하는 순금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보다 못한 익산 귀금속제조발전협회는 단지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승부'를 걸기로 했다.

단지 내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을 '주얼리 익산'이란 브랜드로 묶어 4월 중 전북 전주에 1호 판매점을 내기로 했다.

단계적으로 전국에 20개의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익산시도 익산 인터체인지 인근에 8만5800㎡(2만6000평) 규모의 보석클러스터를 세우기로 했다.

국고 등 총 150억원이 투입되는 보석클러스터는 내달 첫삽을 뜬다.

익산시 관계자는 "최신 장비가 투입되는데다 디자인 연구센터도 들어서게 되는 만큼 금값 폭등세만 가라앉는다면 귀금속단지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익산=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