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속 이물질 … 알고보니 아이가 뱉은 소시지

식혜캔 속 플르스틱 … 신용카드 구겨넣어

식품업체 A사는 최근 우유 속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며 3000만원을 배상해 달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받았다.

조사해 보니 이물질은 그 집 아이가 씹다 뱉은 소시지로 밝혀졌다.

B사는 소비자로부터 식혜 캔 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며 배상하지 않으면 방송사에 제보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B사는 조사 결과 신용카드를 구겨서 캔 속에 넣은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하려 하자 이 소비자는 동료의 장난이라며 사과했다.

최근 식품 속 이물질 사고가 잇따르면서 식품업체들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블랙 컨슈머(악덕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블랙 컨슈머란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란 뜻의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이들의 주장이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없이 인터넷에 유포되거나 언론에 보도될 경우 해당 업체는 큰 타격을 받는다.

C사 관계자는 "'쥐머리 새우깡' 사건이 터진 후 소비자 민원이 2배 이상 늘었다"며 "대부분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유통기간 오인 등 민원인의 착오나 잘못이 금세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D사도 지난해 제기된 소비자 민원 중 10여건이 허위임을 입증했다.

실제 불량식품이 발견된 경우에는 업체가 배상해야 하지만，이때는 배상액을 놓고 소비자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쥐머리 새우깡'을 제기한 소비자는 농심에 5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E사 라면에서 지렁이를 발견한 소비자는 5000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 업체 측이 치료비 68만원과 위자료 2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배상액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간극이 15배나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국내 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소비자 관련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업체 중 87.1%가 고객들의 부당한 요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