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나.키미테 6~20% 상승 … 링거액도 80% 인상 요구

라면 과자 등 식품에 이어 주요 의약품 가격마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의약품 원재료 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당수 제약사들이 보험약가가 낮게 책정된 전문의약품에 대한 가격현실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의약품 가격 인상폭과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5%포도당' 등 기초수액제(링거액)를 생산하는 중외제약과 CJ,대한약품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관련 제품에 대한 보험약가를 80% 이상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기초수액제는 체액의 양과 전해질 균형을 바로잡는 데 쓰이는 필수의약품으로 연간 소비량이 8000만개에 달하지만,정부가 책정한 보험약가가 너무 낮아 생산업체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려왔다.

현재 1ℓ짜리 '5%포도당' 제품 가격은 1172원으로 고급 먹는샘물보다 싸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포도당의 원료인 옥수수 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유가 상승에 의한 운송비 증가로 채산성이 최악의 상황에 달했다"고 말했다.

기초수액제 생산업체들은 약가 인상 여부가 결정될 다음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다음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알부민 제제를 생산하는 녹십자와 SK케미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약가를 30%가량 올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국내 헌혈자 수가 급감한 탓에 주재료인 혈장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원가 압박 요인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녹십자가 생산하는 100㎖들이 '알부민 20%' 제품의 경우 보험약가(8만3120원)가 제조비와 관리비를 포함한 원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속속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HS바이오팜이 올초 비타민C 제품인 '레모나' 가격을 6.5% 올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명문제약이 패치형 멀미약 '키미테' 가격을 20% 인상했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올 들어 키미테의 주원료인 스코폴라민 수입가격이 30~40%나 상승하는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았지만 판매가격에는 최소치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국내 변비약 시장 1위 제품인 '둘코락스' 가격을 5월1일부터 9% 올리기로 했고,한국노바티스는 오는 7월부터 국내 코막힘 완화제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오트리빈'의 약국 공급가를 개당 5000원에서 7000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뿐 아니라 알루미늄 포장재,종이 박스,운송료 등 의약품 제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원가 상승 요인이 누적된 상태"라며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친 만큼 머지않은 시기에 대다수 제약사들이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