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텃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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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하기 어려웠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08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시종일관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과 표정으로 보는 사람을 사로잡은 김연아가 영 어색한 연기를 펼친 이탈리아 선수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TV 중계를 보던 눈을 비벼봐도 상황은 같았다.
심판 12명 중 9명이 유럽 출신.텃세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작 김연아는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모든 선수가 함께 심사받았으니 인정해야 한다.
컨디션이 나빠도 잘할 수 있으니 좋아지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편파 판정이라며 두고두고 억울해 할 법한 일을 툭툭 털고 '한 수 잘 배웠다' 치는 김연아의 태도는 놀랍다.
세계 대회나 해외 원정경기에서 진 뒤 텃세 탓을 하는 이들을 적잖이 봐온 터라 더더욱 그렇다.
텃세는 무섭다.
심판의 노골적인 상대 편들기는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기를 꺾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관중들의 야유 또한 신경을 곤두서게 할 게 틀림없다.
대놓고 괴롭히지 않아도 낯선 곳,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이 주는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 상태 모두 저조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텃세 운운은 패자의 변 내지 패자에 대한 위로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의를 해도 결과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고 불공정 시비는 세월 속에 묻혀 사라진다.
이긴 쪽은 승리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진 쪽은 분노와 좌절감에 시달리다 그대로 무너지는 일도 잦다.
살다 보면 텃세는 도처에 있다.
전학 전직 전업 등 삶의 터전을 옮길 때면 누구나 텃세에 부딪친다.
자기들끼리 몰려 다니고 눈치 주고 정보 네트워크에서 은근슬쩍 빼놓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텃세 핑계를 대면 발전은 없다.
텃세를 극복하는 법은 김연아처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절치부심,실력으로 이기는 것뿐이다.
운동경기든 세상살이든 텃세에 상관없이 당당하게 승리할 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08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시종일관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과 표정으로 보는 사람을 사로잡은 김연아가 영 어색한 연기를 펼친 이탈리아 선수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TV 중계를 보던 눈을 비벼봐도 상황은 같았다.
심판 12명 중 9명이 유럽 출신.텃세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작 김연아는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모든 선수가 함께 심사받았으니 인정해야 한다.
컨디션이 나빠도 잘할 수 있으니 좋아지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편파 판정이라며 두고두고 억울해 할 법한 일을 툭툭 털고 '한 수 잘 배웠다' 치는 김연아의 태도는 놀랍다.
세계 대회나 해외 원정경기에서 진 뒤 텃세 탓을 하는 이들을 적잖이 봐온 터라 더더욱 그렇다.
텃세는 무섭다.
심판의 노골적인 상대 편들기는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기를 꺾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관중들의 야유 또한 신경을 곤두서게 할 게 틀림없다.
대놓고 괴롭히지 않아도 낯선 곳,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이 주는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 상태 모두 저조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텃세 운운은 패자의 변 내지 패자에 대한 위로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의를 해도 결과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고 불공정 시비는 세월 속에 묻혀 사라진다.
이긴 쪽은 승리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진 쪽은 분노와 좌절감에 시달리다 그대로 무너지는 일도 잦다.
살다 보면 텃세는 도처에 있다.
전학 전직 전업 등 삶의 터전을 옮길 때면 누구나 텃세에 부딪친다.
자기들끼리 몰려 다니고 눈치 주고 정보 네트워크에서 은근슬쩍 빼놓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텃세 핑계를 대면 발전은 없다.
텃세를 극복하는 법은 김연아처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절치부심,실력으로 이기는 것뿐이다.
운동경기든 세상살이든 텃세에 상관없이 당당하게 승리할 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