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건설이 덩치가 작은데 어떻게 두산건설과 경쟁하나요.

오히려 협력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71)의 장남인 박경원 성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44)과 차남인 박중원 부사장(40)은 최근 성지건설 인수 후 처음 열린 주주총회 직후 이같이 밝혔다.

성지건설 인수자금 730억원의 출처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지건설 최대주주인 박용오 전 회장으로부터 이달 초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돼 이날 주총에서 윤양호 대표이사 사장(60)과 함께 신규 선임됐다.

앞서 박용오 전 회장은 지난달 김홍식 전 성지건설 명예회장,김적성 전 회장 등으로부터 성지건설 지분 24.4%와 경영권을 인수,재계에 복귀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산건설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박 전 회장 측이 성지건설을 사들이면서 성지건설과 두산그룹 간의 경쟁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은 2005년 두산건설(당시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까지 올랐으나 같은 해 7월 두산그룹 형제 간 분쟁 당시 두산건설 경영권을 요구하다 다른 형제의 반대에 부닥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차남인 박중원 부사장은 "성지건설은 규모에서 두산건설에 크게 뒤진다"며 "경쟁을 할 생각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성지건설이 2101억원,두산건설은 1조7980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성지건설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아버님이 건설 쪽에 인맥이 많아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경영은 윤양호 신임 사장이 주로 맡고 아버님은 경영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뒤에서 지원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남인 박경원 부회장은 "내가 대학 전공이 토목이어서 건설말고는 아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파악을 끝낸 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