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우린 중국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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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격차 계속 확대 …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고품질 입증 … 올 전세계 발주 3분의 2 따내
저가 조선 수주를 쓸어담으며 한국을 맹추격해온 중국 조선업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말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 640만CGT(보정총톤수)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가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00만CGT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69.2%나 줄어든 150만CGT에 그쳤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만 해도 한국을 바짝 뒤쫓으며 기염을 토했었다.
작년 10월엔 중국 수주량이 310만CGT로 한국(250만CGT)을 앞서기도 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최근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한국 조선업체를 찾는 해외 선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덕분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한국 선박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주문이 몰리기 때문.
◆위기에 강한 국내 조선업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현상이 한국과 중국의 조선 수주량 간극을 확대시키는 주요인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줄이 마르면서 초우량 브랜드에만 선별적인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클락슨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신생 조선업체에 대해 선주들이 많은 의구심을 가지면서 중국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협회 관계자도 "중국 업체들이 빈번하게 납기를 지연하고,선주들이 품질에 대한 불만이 쌓아가면서 반사적으로 한국 업체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환율과 원자재 가격 움직임도 한국에 우호적이다.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선가(船價.자국통화기준)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높아진 데다 후판(厚板) 값 상승폭도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작은 편이다.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진짜 실력은 어려울 때 나오는 법"이라며 "조선시황을 위협하는 악재들이 국내 대형 조선회사들의 입지를 오히려 더욱 강화시키는 재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난 2월 57억달러어치의 주문을 받아내 월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주액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환경 변화의 영향이 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최근 272억달러에서 294억달러로 10%가량 상향 조정했다.
선박용 기자재 산업 측면에서도 한국이 중국보다 유리하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체는 필요한 기자재의 90%가량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받는 반면 중국은 60% 정도를 수입하므로 환율이나 시황에 따라 부품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 선박으로 승부한다
기존 제품에 안주하지 않고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에 꾸준히 노력한 것도 최근의 호황을 뒷받침하는 원인이다.
초대형 LNG선이 대표적인 사례.기존에는 13만8000㎡급이 '표준형'이었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이 25만㎡짜리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이보다 작은 규모의 배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이 같은 기술력은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심해 유전을 개발할 수 있는 드릴십이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 설비) 등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며 "설계가 단순한 벌크선 비중이 60%에 달하는 중국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것이 국내 업체들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고품질 입증 … 올 전세계 발주 3분의 2 따내
저가 조선 수주를 쓸어담으며 한국을 맹추격해온 중국 조선업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말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 640만CGT(보정총톤수)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가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00만CGT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69.2%나 줄어든 150만CGT에 그쳤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만 해도 한국을 바짝 뒤쫓으며 기염을 토했었다.
작년 10월엔 중국 수주량이 310만CGT로 한국(250만CGT)을 앞서기도 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최근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한국 조선업체를 찾는 해외 선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덕분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한국 선박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주문이 몰리기 때문.
◆위기에 강한 국내 조선업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현상이 한국과 중국의 조선 수주량 간극을 확대시키는 주요인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줄이 마르면서 초우량 브랜드에만 선별적인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클락슨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신생 조선업체에 대해 선주들이 많은 의구심을 가지면서 중국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협회 관계자도 "중국 업체들이 빈번하게 납기를 지연하고,선주들이 품질에 대한 불만이 쌓아가면서 반사적으로 한국 업체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환율과 원자재 가격 움직임도 한국에 우호적이다.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선가(船價.자국통화기준)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높아진 데다 후판(厚板) 값 상승폭도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작은 편이다.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진짜 실력은 어려울 때 나오는 법"이라며 "조선시황을 위협하는 악재들이 국내 대형 조선회사들의 입지를 오히려 더욱 강화시키는 재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난 2월 57억달러어치의 주문을 받아내 월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주액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환경 변화의 영향이 컸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최근 272억달러에서 294억달러로 10%가량 상향 조정했다.
선박용 기자재 산업 측면에서도 한국이 중국보다 유리하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체는 필요한 기자재의 90%가량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받는 반면 중국은 60% 정도를 수입하므로 환율이나 시황에 따라 부품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 선박으로 승부한다
기존 제품에 안주하지 않고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에 꾸준히 노력한 것도 최근의 호황을 뒷받침하는 원인이다.
초대형 LNG선이 대표적인 사례.기존에는 13만8000㎡급이 '표준형'이었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이 25만㎡짜리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이보다 작은 규모의 배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이 같은 기술력은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심해 유전을 개발할 수 있는 드릴십이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 설비) 등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며 "설계가 단순한 벌크선 비중이 60%에 달하는 중국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것이 국내 업체들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