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교육감,학교 등 전국 교육기관의 행정ㆍ재정 정보를 통합하는 지방교육행정ㆍ재정 통합시스템 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약 530억원 규모의 통합시스템은 당초 올 1월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법정 소송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우유부단한 행정으로 사업 자체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이에 따라 새 통합시스템에 맞춰 일선 학교가 계획했던 각종 학생복지사업이나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태가 꼬인 것은 지난해 10월.SK C&C가 LG CNS를 제치고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SK 측의 제안 내용에 대해 교과부와 감사원 등이 일부 하자를 지적하면서부터다.

시스템 서버에 탑재되는 CPU 개수가 교과부가 당초 정했던 개수에 비해 모자라고 일부 제품이 국가정보원의 보안적합성 검증필을 받지 못한 사실이 발견된 것.이에 교과부는 3개월의 검토 끝에 올 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2순위자인 LG CNS로 바꿨다.

교과부의 결정에 반발,SK 측은 같은 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SK의 제안 내용이 당초 규격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 것이 인정되지만 명백한 계약 종료 의사를 밝히지 않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꿔서는 안된다"며 SK와 협상을 재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교과부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SK 측과 협상을 재개했으나 '아직 어느 업체를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며 계속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교과부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본안소송까지 가자니 각종 행정 절차가 부담이고 SK 측을 사업자로 재선정하는 문제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시스템 구축이 계속 미뤄지자 지방 시도교육청 등은 예산 관련 업무를 일일이 손으로 쓰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있는 학생 및 교원,교육 과정 관련 정보를 예산-회계시스템에 있는 통계와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고리가 몇 개월째 중간에 붕 떠버린 것.어차피 두 시스템이 통합되면 수치와 항목을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혼란스럽기는 일선 학교도 마찬가지다.

원래대로라면 1월부터 행정ㆍ재정통합시스템 중 하나인 '디지털학교회계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는데 사업자 선정이 계속 미뤄지는 바람에 대부분 학교들은 계획했던 예산 편성 및 집행을 예전 시스템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학교회계시스템은 학교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구체적인 학교 사업내역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과부가 SK 제안 내용에 대해 하자를 발견한 즉시 협상 종료를 통고하고 LG CNS와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