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살짝 통증이 와서 점프를 바꿨지만 실수없이 잘 된 것 같아요"

차가운 기온 속에 눈발이 휘날리던 2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스웨덴 예테보리 스카니디나비움 빙상장.

잠시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에 이어 푸른색 드레스를 단아하게 차려입은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얼음판 위로 미끄러지듯 입장하자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갈라쇼를 보기 위해 빙상장을 가득 채운 9천800여 명의 피겨 팬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 '워크 투 리멤버(Walk to remember)'의 삽입곡 '온리 호프(Only hope)'가 빙상장에 울려 퍼지면서 김연아의 새로운 갈라쇼 프로그램이 일반에 첫 선을 보였다.

이번 대회 수상자 중에서 갈라쇼 1부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김연아는 잔뜩 웅크린 자세에서 맨디 무어의 그윽한 음성이 퍼지자 자신의 장점인 표현력을 한껏 살리며 첫 점프를 향해 도약했다.

깨끗한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로 박수를 이끌어 낸 김연아는 스핀 동작에 이어 더블 악셀을 두 차례 더 선보인 뒤 우아한 이너바우어와 균형 잡인 스파이럴로 연기의 절정에 치달았다.

레이백에서 비엘만으로 이어지는 고난도 스핀 콤비네이션을 마지막으로 3분20초의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관중의 찬사에 화답했다.

갈라를 마친 김연아는 "새로운 프로그램이어서 재미있게 연기했다.

실수를 할까 걱정했지만 나름대로 잘됐고 컨디션도 좋았다"며 "중간에 통증이 와서 점프를 바꿨다.

깨끗하게 성공해서 다행"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원래 안무를 짤 때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살코우, 더블 악셀의 3가지 점프를 준비했지만 고관절 부상으로 무리가 따르는 트리플 러츠를 빼고 트리플 살코우와 더블 악셀로만 점프를 구성한 것.
하지만 김연아는 "중간에 아파서 실수를 할까 걱정돼 순간적으로 트리플 살코우를 더블 악셀로 바꿨다"며 "더블 악셀은 아파도 뛸 수 있어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갈라곡으로 '온리 호프'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듣다가 스케이팅 곡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존 갈라 프로그램이었던 '저스트 어 걸(Just a girl)' 보다 많이 부드러운 곡이어서 나의 장기인 표현력을 살리는 데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갈라쇼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완전히 끝낸 김연아는 "시즌 막판에 부상으로 조금 부진했지만 많이 뒤처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팬들이 많이 걱정을 해줘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아서 감사한다"고 밝혔다.

(예테보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