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 한미파슨스 대표·jhkim@hanmiparsons.com>

2006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과거 수백년 동안 일본 건설산업의 고질화된 문제점으로 치부됐던 담합 행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내막을 알아 보니 담합하다가 적발될 경우 담당자는 물론 그 회사의 임원,대표,법인까지 엄중히 처벌한다는 일본 정부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공동 43위로,우루과이나 헝가리보다도 낮다.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투명,공정하지 못할 뿐더러 사회계층을 막론하고 어느 누구도 부패의 사슬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함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특정 국가의 부패지수는 그 나라의 소득이나 경제발전 수준과는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없고,정부가 기업활동에 얼마나 많은 규제를 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각종 규제에 편승해 특혜를 누리는 기업은 그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반면에 규제나 진입 장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기업들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산업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건설산업에는 300개가 넘는 규제가 있다.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에서 거의 매번 건설ㆍ건축분야의 부패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결국 부패지수를 낮추자는 것이다.

공직자 비리에 대한 처벌 규정이 너무 낮다.예방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처벌기준을 강화해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사례에 비춰보면 '처벌기준 강화'란 방향은 제대로 잡은 듯하다.하지만 먼저 할 일은 우리 국민ㆍ기업ㆍ관료 등 모두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철저한 자기반성(自省)이 전제된 자정(自淨)운동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즉 범국가적인 '도덕성 회복운동'을 통해 깨끗한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과 국가 투명성 제고는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공통 아젠다다.세계 각국은 부정부패 극복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첩경이란 인식 아래 국가나 사회시스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우리도 역시 '부정부패 척결'이나 '도덕성 회복'이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패산업'이나 '부패국가'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