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올해 국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어급 매물인 만큼 새 주인이 누가 될지와 향후 주가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유력 인수후보 '포스코' 급부상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해양 주식 매각을 위한 매각주간사 선정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매각대금 적기회수와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책임있는 경영주체에게 경영권을 이전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지분 31.3%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1년 워크아웃 졸업 당시 1조원 안팎이던 시가총액이 조선시장 활황에 힙입어 6조원대까지 기업가치가 치솟은 상태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 등 동종업계를 비롯해 포스코와 동국제강, GS, 두산 등이 인수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하며 인수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과 변화된 여건을 고려할 때 유력 인수후보로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업체군이 급부상 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돼온 기업들이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것과 달리 포스코는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연초 "대우조선해양을 단독으로 인수하긴 무리이고 철강업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비춰 볼 때 우군도 확보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조직원들 역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동종업체가 인수할 경우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포스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동종업계인 조선업체의 인수의지도 희박해지고 있어 포스코의 인수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강수현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이나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서는 인수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관심 대상은 현대건설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플랜트 및 해양설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현대건설 인수가 필수적이고, 다른 매물에는 관심이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대내외 악재로 정신이 없는 상태고, STX그룹 역시 노르웨이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 인수 문제로 또 다른 판을 벌일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GS는 대한통운과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드러난 보수적인 베팅 전략이, 두산은 밥캣 인수로 인한 자금 부족이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제 매각절차가 시작단계인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포스코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철판시장의 독점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판세를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소리만 요란했던 M&A 이슈, 주가상승 정조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후 인수합병(M&A)시장에서 대어급 매물로 조명을 받았지만 오히려 M&A 이슈에 따른 단기변동성으로 역풍을 맞아 왔다. 그러나 이제 산업은행의 매각절차 착수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향후 주가행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 당선자 공약사항인 산업은행 민영화와 자회사 매각으로 M&A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과 함께 주가가 5만원대까지 회복됐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자회사 매각을 산업은행 민영화와 함께 순차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내리막길을 거듭, 외국인들의 매도세까지 가세하면서 3만원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김홍균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종합기계나 대우건설 사례를 볼 때 M&A가 조기에 마무리 될 경우 주가는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매각절차가 3개월 이내에 윤곽을 잡지 못하면 또다시 정체시기를 거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