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

환율이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900원 수준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3월 들어 급히 올라 1000원을 훌쩍 뛰어넘은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환율이 급등 후 급락한 것은 유가,곡물가와 같은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던 터에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물가 오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부정적인 효과에 치우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지난주까지의 환율 상승세는 속도 면에서 지나쳤다고 볼 수 있지만,균형에서 이탈한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

지난 수년간 원화는 우리 나라 경제상황에 비해 너무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실질실효환율로 본 균형 원ㆍ달러 환율은 여전히 1000원대 후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 3~4년간 자동차와 전자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우리 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의 뚜렷한 실적 개선에는 '엔화 약세-원화 강세'라는 환율여건이 기여한 바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환율 상승의 효과 가운데에서도 물가 상승 부작용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물론 물가가 오르면 자원배분이 자의적으로 되고 심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인해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장 촉진 효과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가 0.7%포인트 오르는 한편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도 0.7% 오르게 된다.

성장률은 실물변수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과 상관없이 국민의 소득이 실질적으로 약 0.7%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결국 환율 상승의 성장효과와 물가상승효과에 대해 각각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둘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되는데,정답은 한 가지 효과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두 효과를 균형 있게 고려해 사회적 효용함수를 최적화하는 일일 것이다.

환율이 오를 때 내수가 둔화된다는 논리에도 논의의 여지는 있다.

환율이 오르면 비교역재 가격보다 교역재 가격이 비싸게 된다.

이 경우 자원이 비교역재 부문에서 교역재 부문으로 이동하면서 내수부문이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대체효과만을 중시할 뿐 앞서 본 것과 같은 소득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논리이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고 보면,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활기를 띠고 정부의 투자활성화 노력과 맞물릴 때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수출과 내수 모두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경제변수의 움직임에는 양면성이 있다.

지난 수년간 환율이 지나치게 떨어져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하더니 환율이 오르자 물가 부담이 느는 데다 외환위기 직전과 현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환율 상승 자체를 부정한다면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일이다.

금융변수가 불균형 상태에서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항상 안정적이고 점진적이지는 않다.

금융시장 내 정보 흐름이 빠르고 쏠림 현상이 심해 급작스러운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세계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정부의 내수 위주 성장정책이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따라서 환율 상승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환율 상승의 경상수지 개선을 통한 경기 회복 효과를 일정 정도 인정한 후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물가 불안에 대해서는 서민생활 고통을 줄이기 위한 미시적인 대응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며 환율을 조절할 경우에도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속도 완화에 그치는 등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