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재래시장이 해당 지역의 얼굴이듯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현장이 바로 유통입니다."

최근 한국유통학회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일본 고베 소재 유통과학대 최상철 교수(49)는 26일 "지역마다 독특한 유통구조가 유지될 때 지역문화가 발전한다"며 지역 유통업 활성화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최 교수는 1990년 산업연구원(KIET) 연구원으로 일하다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현지에서 교편을 잡았다.

18년째 일본에서 활동 중인 최 교수는 유통과학대 내 아시아유통연구센터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유학 당시 대일 무역적자가 55억달러에 달했는데,무역역조를 해결하는 열쇠를 '유통'이라고 보고 일본의 유통분야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와 재래시장 등 지역상권이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유통업의 대형화로 얻는 '효율'보다 지역 경제와 문화가 골고루 발전하는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따라서 지역 상권에 속속 출점 중인 대형마트가 해당 지역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익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고 재래시장과 상품 구색을 차별화해 서로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유통업체의 PB(자체 상표)와 관련,제조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 제조업체는 PB를 통해 판로를 개척할 때 소비자의 후생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과 유통업은 서로 힘을 겨루는 '제판(製販) 갈등'보다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제판 동맹' 관계로 발전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만들고(제조업) 파는(유통업) 분업을 기본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최 교수는 일본의 유통구조가 국내와 비슷해 국내 유통업체들이 얼마든지 진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장금 등 한류 열풍 덕분에 일본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국내 업체들은 일본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보수적이란 문제만 제기할 뿐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