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세상을 구원한다?...바보정신을 행복 지표로 제시하는 이색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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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모교인 동성중·고 100주년 기념전에서 '바보야'라고 쓴 자화상을 공개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이면서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한 것이다.
세속의 눈으로 보면 예수와 부처의 삶도 '바보'라 할 만했다.
석가모니는 왕자로서 누릴 수 있는 권력과 영광,풍요와 호사를 버리고 험난한 구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예수는 신의 권위,승리와 영광을 버리고 희생양의 자리를 취한 '바보'였다.
세속의 기준으로 보면 바보인 사람들이 역사를 이끌고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남게 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홍사종 전 정동극장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미래(美來)상상연구소가 다음 달 1일 오후 2시30분 충무아트홀에서 '바보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기치 아래 '4만불,국민성공시대가 놓친 바보정신을 말하다'라는 세미나를 연다.
영악함과 똑똑함,물질적 성공과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시대가 놓치고 있는 삶의 지표를 바보정신에서 찾기 위해서다.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와 배규한 국민대 교수가 기조발제를 맡고 조희문(인하대),김병종·오세정(서울대) 교수가 각각 영화·미술·과학 등에 나타난 바보정신을 조명한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과 전경원 한국창의력교육학회장이 토론자,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사회자로 참여한다.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희생하지만 세속적 가치 기준으로 순전히 바보인 사람들과 그들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판이 벌어진다.
이명현 교수는 미리 제출한 기조발제문에서 "약삭빠르지 못하고,돈 되는 일은 하지 않고,돈에서 'ㄴ'이 빠진 도(道)를 따른다고 고집을 피우는 나를 세상 사람들은 바보라고 한다"며 누가 진짜 바보인지 묻는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뭘 아는 것이 있다면,내가 뭘 제대로 모르는 존재라는 것을 안다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스스로 영리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바보임을 깨닫지 못하는 진짜 바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한다.
또한 노동만 있고 쉼이 없는 삶은 오래 갈 수 없고,성장과 경쟁이라는 양(陽)의 시대에도 분배와 보살핌이라는 음(陰)의 원리가 작동해야 살만한 세상이 된다고 강조한다.
배규한 교수는 춘원 이광수가 성산 장기려 박사에게 "당신은 바보 아니면 성자"라고 했던 말에서 바보와 성자의 공통점을 찾는다.
효성과 우직함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바보 온달,역적의 누명을 쓰고도 오로지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목숨을 바친 이순신 장군,죽음의 길인 줄 알면서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지동설을 주장하다 종신금고형을 선고받은 갈릴레이,엉뚱한 행동으로 학교에서 쫓겨났던 발명왕 에디슨….
이들의 사례를 통해 배 교수는 "정말 큰 지혜를 지녔거나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바보의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행복한 미래사회,인간적 삶의 터전은 과학기술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보같은 심성을 지닌 사람들,서로 양보하며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삶의 양식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날 세미나는 김병종 교수의 '바보예수전'과 남성중창단 '극장을 떠난 바보음악가들'의 콘서트로 개막돼 흥미를 더한다.
'극장을 떠난 바보음악가들'은 모두가 선망하는 극장 대신 보육원,양로원,산골오지 등을 돌아다니며 음악을 들려주는 이탈리아 유학파 성악가들의 모임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이면서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한 것이다.
세속의 눈으로 보면 예수와 부처의 삶도 '바보'라 할 만했다.
석가모니는 왕자로서 누릴 수 있는 권력과 영광,풍요와 호사를 버리고 험난한 구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예수는 신의 권위,승리와 영광을 버리고 희생양의 자리를 취한 '바보'였다.
세속의 기준으로 보면 바보인 사람들이 역사를 이끌고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남게 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홍사종 전 정동극장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미래(美來)상상연구소가 다음 달 1일 오후 2시30분 충무아트홀에서 '바보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기치 아래 '4만불,국민성공시대가 놓친 바보정신을 말하다'라는 세미나를 연다.
영악함과 똑똑함,물질적 성공과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시대가 놓치고 있는 삶의 지표를 바보정신에서 찾기 위해서다.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와 배규한 국민대 교수가 기조발제를 맡고 조희문(인하대),김병종·오세정(서울대) 교수가 각각 영화·미술·과학 등에 나타난 바보정신을 조명한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과 전경원 한국창의력교육학회장이 토론자,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사회자로 참여한다.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희생하지만 세속적 가치 기준으로 순전히 바보인 사람들과 그들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판이 벌어진다.
이명현 교수는 미리 제출한 기조발제문에서 "약삭빠르지 못하고,돈 되는 일은 하지 않고,돈에서 'ㄴ'이 빠진 도(道)를 따른다고 고집을 피우는 나를 세상 사람들은 바보라고 한다"며 누가 진짜 바보인지 묻는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뭘 아는 것이 있다면,내가 뭘 제대로 모르는 존재라는 것을 안다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스스로 영리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바보임을 깨닫지 못하는 진짜 바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한다.
또한 노동만 있고 쉼이 없는 삶은 오래 갈 수 없고,성장과 경쟁이라는 양(陽)의 시대에도 분배와 보살핌이라는 음(陰)의 원리가 작동해야 살만한 세상이 된다고 강조한다.
배규한 교수는 춘원 이광수가 성산 장기려 박사에게 "당신은 바보 아니면 성자"라고 했던 말에서 바보와 성자의 공통점을 찾는다.
효성과 우직함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바보 온달,역적의 누명을 쓰고도 오로지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목숨을 바친 이순신 장군,죽음의 길인 줄 알면서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지동설을 주장하다 종신금고형을 선고받은 갈릴레이,엉뚱한 행동으로 학교에서 쫓겨났던 발명왕 에디슨….
이들의 사례를 통해 배 교수는 "정말 큰 지혜를 지녔거나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바보의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행복한 미래사회,인간적 삶의 터전은 과학기술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보같은 심성을 지닌 사람들,서로 양보하며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삶의 양식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날 세미나는 김병종 교수의 '바보예수전'과 남성중창단 '극장을 떠난 바보음악가들'의 콘서트로 개막돼 흥미를 더한다.
'극장을 떠난 바보음악가들'은 모두가 선망하는 극장 대신 보육원,양로원,산골오지 등을 돌아다니며 음악을 들려주는 이탈리아 유학파 성악가들의 모임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